[경기시론] 통일교육의 고민
매년 5월 넷째 주는 통일교육주간이다(통일교육지원법 제3조의3). 국민의 통일 의지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와 통일 관련 민간 단체는 다양한 통일 관련 행사를 하고 있다. 각급 학교 또한 여러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대상 통일교육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의무화돼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통일교육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다(통일교육지원 제2조 제1호). 통일교육은 분류 기준에 따라 이론교육과 현장체험교육, 온라인교육(비대면교육)과 오프라인교육(대면교육) 등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정부는 국립통일교육원을 통해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장체험교육의 중요성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통일교육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독일은 통일 14년 전인 1976년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서독의 정치교육학자들이 교육지침을 만들었다. 강압적인 교육과 교조(敎條)화 금지, 균형성 또는 대립적 논점의 확보,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등의 원칙을 견지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라고 부르는 이 합의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일거에 제거하려는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통일교육 일선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교육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교육감)이 생각하는 통일교육에 대한 이견으로 교육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통일교육지침’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육 기본방향’을 봐도 알 수 있다.
한반도 정세는 미국, 중국 등 국제정세와도 연계돼 있다. 정권 교체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같은 통일교육의 기본 틀을 만들 수는 없을까.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통일교육의 기본방향 수립이 필요하다. 즉,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치인, 정치학자, 교육학자를 포함한 학계 및 정부, 통일 관련 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이러한 합의를 존중하고 실천하려는 정치인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암물질 ‘범벅’ 놀이터… 확 뜯어 고친다 [경기일보 보도, 그 후]
- 경기도, 8일 오전 7시부터 집중호우 대비 '비상 1단계' 가동
- “놀이터 관리 미흡… 정부 차원 연구·대책 필요”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⑦]
- 경기도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 전력 보급량 저조한 실적
- 인천 산후조리원 2주에 ‘304만원’… 10명 중 7명 "부담스럽다"
- 악취·벌레 고통⋯ 인천 외국인 밀집지역, 분리수거 엉망 [현장, 그곳&]
- 인천시, 정책결정에 청년 목소리 높인다…청년위원 10% 이상 위촉 예정
- 인천시, 공공데이터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발굴
- 인천 도심 단절 옛 경인고속도로…반 세기 만에 옹벽 철거 시작
- 더워지는 경기도… 더위 먹은 농산물 ‘SOS’ [경기도 농업의 길 묻다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