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착각하지 마라

경기일보 2023. 6.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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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방류 시운전이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물인 ‘차단장치’의 동작 확인 등을 목적으로 한 시운전을 12일부터 2주 동안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맞춰 뉴스에서도 “이런 속도라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예정대로 7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인근 국가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정작 거리상 가장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도 오염수 방류에 찬성인지 반대인지에 대한 입장조차 국제사회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야권의 3개당은 적극적으로 방류를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은 찬성의 관점으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니라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라고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부터 오염수의 안전을 제대로 알린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세미나까지 하며 ‘10ℓ를 마셔도 괜찮다’고 주장하고 일상생활에도 그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돼 있어 ‘극미한 양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라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며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을 상대로 ‘제2의 광우병 괴담’이라고 괴담 수준의 선동질을 멈추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과학 전문가가 아니기에 오염수가 해로운지 해가 없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사고인 만큼 아무리 우리나라에 반일 감정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라는 한 국가가 혼자서 자연재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감당하라고 하는 것에도 국가의 인도적 차원에서 무리가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다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느끼는 진정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자연재해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한 나라에만 있다고 할 수 없다. 지구라는 공존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다 보니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피해를 받는 경우와 작은 몸집이 커다란 태풍으로 번지는 ‘나비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사용해 겪는 자연재해를 맞은 많은 국가의 문제가 오롯이 그 나라만의 몫이겠는가? 이번 일본 지진의 경우에도 분명한 자연재해였다. 만약 일본이 지리적 약점을 부각하고 향후 주변국들과,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위험을 알리며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 호소하고 향후 원전에 대한 좀 더 세심한 관리를 얘기하며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했다면 의도적이지 않은 사고에 대해 국제사회가 이렇게 호된 평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들의 체면과 이권을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대신 독선적으로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다’며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폭압적이고 강제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한국 정부도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다며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설령 일본의 주장이 100% 과학적 기반에 비춰 사실이라 할지라도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국민의 건강에 단 0.1%라도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오염수 방류 결정이야 국제법이 정한 대로 결정되겠지만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로서 이는 분명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 수 있는 자국민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함구해 분쟁을 만들었고, 여당은 더 나아가 일본에서나 할 법한 행동으로 일본의 독선에 면죄부만 주며 국민을 정쟁 속에 빠뜨리고 있다.

한일 양국의 정치인들이여, 제발 착각하지 말라. 오염수의 안전도 문제이지만 양국의 국민은 정부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더 많이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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