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청과 탈출’ 학술대회까지 연 의사들…이게 의료계 현실

2023. 6. 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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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가 주축이 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그제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회원들에게 미용시술과 성인병 관리 방법을 교육했다.

의사회가 지난 3월 저출산과 낮은 수가 문제 등으로 운영난을 호소하며 협회 차원 폐과를 선언한 뒤 내놓은 후속조치 중 하나다.

의사회가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90%가량이 1년 이내 병원 문을 닫거나 진료과목을 바꿀 예정이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배경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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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가 주축이 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그제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회원들에게 미용시술과 성인병 관리 방법을 교육했다. 의사회가 지난 3월 저출산과 낮은 수가 문제 등으로 운영난을 호소하며 협회 차원 폐과를 선언한 뒤 내놓은 후속조치 중 하나다. 더 이상 어린이 진료로는 병원 유지가 힘들다며 소아청소년과를 포기하거나 다른 진료를 시도하려는 회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라지만 국민들 보기엔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행사는 800석 행사장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몰려 빈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회는 지방에서도 이런 학술대회를 열어 달라는 문의가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대놓고 ‘돈 되는’ 것만 쫓는 의사들을 보며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들춰내면 수긍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저출산 여파로 이 기간 진료인원은 24.6%나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의원 수는 3만5225곳으로 2013년 말보다 6897곳이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소아과는 2200곳에서 2147곳으로 53곳(2.4%)이 감소했다. 의료진은 한계에 다다른 경영난을 이유로 꼽는다. 의료사고에 따른 배상 등 법적 보호가 미약한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병원 감소는 젊은 의사의 기피로도 이어져 소아과 진료 공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의사회가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90%가량이 1년 이내 병원 문을 닫거나 진료과목을 바꿀 예정이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배경일 테다.

정부가 소아의료 개선대책을 내놓은 지 4개월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에서 보듯 필수의료 부문에서의 위기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변호사를 양산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손을 놓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소청과 진료 공백사태는 의료계 개혁을 수수방관한 정부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수가 개선은 물론이고 의료부문 전반에 걸쳐 인력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법적 안전망도 마련해 의료진이 걱정없이 소아과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모두가 국민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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