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자유수호 전쟁 지원, 한국의 책무다
집단학살·고문, 핵공격 위협까지
6·25전쟁 때 유엔군 지원받고서
동병상련 국가 돕기 인색해서야
공산화 위기에 놓인 한국을 구하려 외국에서 달려온 6·25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자유수호 의지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그들은 아무런 인연도 없는 한국 파병을 자원해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 20세 전후의 푸르른 나이에 못다 핀 꽃송이로 스러진 생명이 어디 한둘인가. 뜨거운 인류애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유엔군 참전용사 195만7733명(연인원) 중 3만7902명이 전사하고 10만3460명이 다쳤으며 3950명이 실종됐다. 그들의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공산화가 됐다면 지금의 남한 국민은 어떻게 됐을까. 김씨 일가의 폭정하에서 인권과 자유를 박탈당한 채 영양실조로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력 10위권의 선진국, 7번째 30-50 클럽 국가의 영예는 언감생심이다.
6·25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사하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분노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러시아군은 병원과 유치원 등 민간시설 포격은 예사다. 집속탄 같은 제네바협약에서 금지한 무기를 사용하고 핵공격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다.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과 성폭력, 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단죄해야 할 당위성을 높인다.
푸틴은 왜 전쟁을 결심했을까. 우크라이나를 손아귀에 넣어 러시아 위상을 강화하는 게 종신 집권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음이 분명하다.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제질서와 규범을 흔드는 판국이다. 역시 독재자답다. 국제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정의에 부합한다.
문제는 지원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차가 크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규모 공격이나 민간인 학살 등 러시아의 중대한 전쟁법 위반 시 재정·인도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말려 들어가야 하나.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질 게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까지 했다.
전제조건이 붙은 원론적인 언급인데도 전·현 지도부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자체에 부정적인 민주당의 기본 인식이 드러난다. 이들의 논리라면 6·25전쟁 참전국들은 신세질 게 없는 한국엔 파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16개국 야당들이 우리 민주당과 같지 않았던 것은 한국에겐 천우신조였던 셈이다. 민주당에 세계평화 기여에 대한 관심은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은 유엔 출범 이후 전쟁을 겪은 국가 중 국제사회 지원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동병상련의 국가 지원에 인색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원조액 순위가 27위로 9위인 일본의 11분의 1에 그친 건 너무 했다. 이러고도 글로벌 중추국을 꿈꾸는가. 살상 무기까지 지원하는 나라가 20개국에 육박한다. 한국처럼 보복 위협을 받았지만 외려 자유수호 기치를 더 높이 든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원조액 증액은 물론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지뢰 제거 장비와 전력시스템 보호장비 등의 지원을 확대해야 옳다.
만일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어 무기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작업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드시 실패로 귀결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권위주의 국가들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이 일상화하는 약육강식 국제질서의 고착화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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