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나는 전세사기에 기는 대응

오상도 2023. 6. 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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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일대에서 25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60대 남성은 빼돌린 보증금을 숨기기 위해 배우자와 '위장이혼'을 택했다.

'나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제한된 권한과 정보만 가진 지자체에 실효성 있는 단속·점검의 '쌍칼'을 쥐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광역시나 도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피해 사실을 접수한 뒤 피해지원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진짜 문제는 전세사기가 아닌 깡통전세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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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일대에서 25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60대 남성은 빼돌린 보증금을 숨기기 위해 배우자와 ‘위장이혼’을 택했다. 소송 과정에선 처제와 조카 등 다른 가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정황이 드러나며 새 국면을 맞았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의 피해자는 406명, 확인된 피해액만 248억원에 달한다.

건물 28채를 지닌 집주인과 피해자들의 ‘지난한’ 싸움은 2019년 시작됐고, 4년간 계속된 소송 탓에 삶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월급을 모아 마련한 수천만원의 첫 전셋집 보증금은 사회 초년생이던 이들에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들은 “갑자기 날아온 경매 배당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고 떠올렸다.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보이지 않는’ 심리적 상처와 공황은 깊었다.
오상도 사회2부 차장
최근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전세사기’ 사건은 4년 전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피해 세입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삶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정부의 특별법이 시행됐다. 첫 피해자 인정은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속도전’도 시작됐다.

이 법은 시행 뒤 2년이 지나면 실효되는 한시 법률이다. 피해자들은 경·공매 유예, 신용 회복과 무이자 대출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한 사람이 사기를 당했는데 다시 대출받아 극복하라는 것”이라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세제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사후 약방문’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방자치단체의 한정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 중 하나다. ‘나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제한된 권한과 정보만 가진 지자체에 실효성 있는 단속·점검의 ‘쌍칼’을 쥐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광역시나 도는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피해 사실을 접수한 뒤 피해지원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지자체의 전세사기 대응책은 특별사법경찰을 활용한 수사와 정부와 합동점검뿐이다. 이 가운데 특사경 수사는 검찰로부터 지명받은 공인중개사법, 부동산거래신고법, 주택법 위반만 제보에 따라 가능하다. 무등록 중개행위, 거짓 중개 등에 대한 행정처분과 과태료 부과로 사기 행각은 찾아내기 어렵다.

합동점검 역시 두 차례 이상 문제를 일으킨 ‘악성’ 공인중개사의 정보를 정부로부터 받아 진행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사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동탄지역 특별점검에선 핵심 피의자 부부 등이 아예 대상에서 빠졌다.

진짜 문제는 전세사기가 아닌 깡통전세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세사기의 싹은 정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뼈아픈 지적도 되새겨야 한다. 선심성 대출은 2017년 정부가 신축 빌라, 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일부 규제를 허물며 부풀어 올랐고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는 소식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한꺼번에 곪아 터진 ‘무자본 갭투자’의 악몽은 가계부채 부실과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상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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