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갈 때면
꼭 동전 몇 닢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카드만 쓰지 않아?
친구가 물었다
들킨 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으로 말을 삼켰다
고개를 끄덕일 때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짤랑짤랑 소리가 얼마나 안심되는 줄 아니
머릿속에 서릿발이 서고
가슴속에 빗발이 칠 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동전들을 만지작거렸다
(후략)
몸도 마음도 고단할 때. 쓸쓸할 때. 하고 싶은 말은 눌러 삼키고 다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 때. 속에는 겹겹의 상처가 들어찬다. 찰수록 텅 비는 마음. 헛헛함. 마음을 닮은 주머니를 슬그머니 더듬어 본다면? 그 속에 일부러 동전 몇 개 넣어 둔다면? 저희들끼리 짤랑거리며 내는 소리가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다정한 속삭임으로 들리기도 할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그것들”은 필요한 법이겠지만, 온기 어린 손이나 상냥한 눈빛 같은 것이 아니라 고작 동전이라니. 동전으로써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고 안도를 느끼는 사람이라니.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짤랑짤랑” 가벼운 박동이 때로 우리 삶의 적막을 메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