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인공지능 시대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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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학회에 참석했다.
챗GPT, 바드, 코파일럿 등 생성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 정확히 말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해서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에 인간의 일을 묻고, 관련한 과제를 논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공부의 철학'(책세상 펴냄)에서 지바 마사야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고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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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창의력으로 ‘야생의 영토’ 확장해야
생성 인공지능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공부란 무엇인가를 묻도록 만든다. 우리는 흔히 부모나 교사가 아는 것을, 또는 신문이나 책이 전하는 내용을 학습해서 내 안에 덧대고 쌓아가는 일을 공부라고 착각한다. 물론 암기는 중요하다. 교사가 아는 지식을 학생도 아는 건 공부의 기초를 닦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공부는 생성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할 테고, 생성 인공지능이 도우면 누구나 쉽게 일정한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
‘공부의 철학’(책세상 펴냄)에서 지바 마사야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고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안내한다. 지바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공부의 유토피아’에서 살아간다. 인터넷엔 온갖 자료가 넘쳐나고, 서점엔 질 좋은 입문서가 쌓여 있으며, 번역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세상 모든 지식에 언제, 어디서나, 즉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의 쓰나미는 우리의 생각을 빼앗는다. 소셜미디어는 끝없이 자극적 정보를 쏟아내 우리 주의를 홀리고 즉시 공감을 유도함으로써 깊게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좋아요’나 ‘하트’ 놀이, 한 줄 댓글이나 즉시 공유는 멈춰 서서 생각하기 전에 무작정 동조부터 하는 꼴이다. 정보 바다에서 무한히,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파도에 떠내려가는 일이다.
무엇을 물어보든, 기존 정보를 요약해 즉시 답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잘한다. 이러한 즉각적 대응을 멈출 때, 우선 공감하고 일단 공유하길 멈출 때 인간의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무작정 동조는 자기 생각과 행동을 낡은 관행에 가두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엔 창조가, 자유가 없다. 진짜 공부는 서툴러지는 일이다. 익숙한 대로 살려는 나를 파괴하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고 시험하면서 더듬더듬, 비틀비틀,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지바에 따르면, 공부란 한계를 아는 일, 즉 앎을 ‘유한화’하는 일이다. 한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기존 정보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디까지 코드화했는지를 파악하고, 감히 그 경계 바깥에 있는 야생의 영토를 궁금해하며, 그 낯선 영역까지 포함해서 작동 가능한 새로운 사회적 코드를 상상하는 일이다. 이럴 때 우리는 낡은 정보에 동조하는 대신 낯선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바둑에서 이기는 건 가능하나, 바둑 자체를 새로 만들진 못한다. 기존 바둑에 동조하고 대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말썽꾸러기, 지금 이 바둑보다 더 재밌는 바둑은 없을까를 생각하는 장난꾸러기가, 즉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재미와 흥미,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모험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바둑을 만든다. 부모나 교사가 아는 걸 반복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창의적 공부를 북돋우는 일,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 우리 교육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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