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울릉도 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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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쓴 사람들이 진흙물 가득한 논바닥에 줄을 맞춰 모를 심는다.
울릉도에서 벼농사가 사라진 지 36년 만이다.
울릉도의 벼농사 시작은 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릉도는 산악 지형의 화산섬이지만, 물이 많아 벼농사가 가능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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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쓴 사람들이 진흙물 가득한 논바닥에 줄을 맞춰 모를 심는다. 뙤약볕 아래 얼마나 허리를 숙였던가. 허리가 저려오고,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쯤, 논두렁 저편에서 함지박을 이고 진 행렬이 다가온다. 반가운 새참. 잔치국수 한 그릇에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켜니 금세 힘이 솟는다.
쌀이 주식인 우리 농촌에서 매년 오뉴월 모내기 철만 되면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동해 바다 한가운데 울릉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987년부터 벼농사가 완전히 중단돼 그동안 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초 재배가 더 많은 소득을 안겨주고, 육지에서 쌀을 운반해 오는 것이 수지타산에 도움이 되자 벼농사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런 울릉도에서 벼농사를 재개했다는 소식이다. 이달 초 서면 태하리 ‘울릉군 개척사 테마파크’ 인근 부지에 조성한 1500㎡(454평) 논에서 손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울릉도에서 벼농사가 사라진 지 36년 만이다.
울릉도의 벼농사 시작은 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2명의 대규모 조사단을 이끌고 울릉도의 사정을 빈틈없이 조사한 이규원 검찰사의 보고로 섬에 주민을 이주시키는 개척령이 반포되면서부터이다. 이후 1970년에는 논이 48㏊에 쌀 생산량이 178t에 달하기도 했다.
울릉도는 산악 지형의 화산섬이지만, 물이 많아 벼농사가 가능한 곳이다. 개척령 반포 후 강원감사가 조정에 보고한 개척민 지원 물품 목록에는 곡식 종자로 벼 20석, 콩 5석, 조 1석을 비롯 각종 생활용품과 가축, 총칼 등이 포함돼 있다. 총칼은 일본인 등의 불법 상륙 등을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참 앞서 고려시대에는 ‘동북 여진족 침략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우산국에 농기구를 하사했다‘는 고려사 기록도 있다. 울릉도의 농경 전통이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벼농사가 재개된 서면 태하리는 울릉도 해안에서 가장 넓은 평지가 있는 곳이고, 조선시대에는 왜인 등을 수색·토벌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출발한 수토관(搜討官)들이 먼저 닿는 곳이기도 했다. 그 옛날 목숨을 걸고 격랑을 헤친 ‘수토 역사’도 벼농사와 함께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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