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내리 우박에…쑥대밭된 고랭지 배추밭
[앵커]
지난 주말, 강원도 평창에는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 연속 우박이 이어지면서 출하를 보름여 앞둔 고랭지 배추밭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현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세찬 소나기로 바뀝니다.
어른 손톱만한 하얀 우박이 섞여 쏟아지면서 땅바닥에 빠른 속도로 쌓입니다.
우박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 30여 분씩 이틀 연속 떨어졌습니다.
2만여 제곱미터 규모의 이 배추밭에선 성한 배추를 찾기 어렵습니다.
배춧잎에는 구멍이 뻥뻥 뚫려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뜯겨 나간 잎들은 밭고랑에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정순용/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사실 이렇게 초토화되기는 일단 제 육십 평생 농사를 졌는데, 처음이에요."]
상품 가치를 잃어 내다 팔 수가 없는 건 이 일대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찢어진 잎들이 밭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농가 입장에선 이걸 갈아엎어야 하나 걱정까지 하고 있습니다.
배추뿐 아니라 사과와 고추까지, 땀흘려 키우던 농작물이 죄다 망가졌습니다.
[엄정애/평창군 방림면 : "우박 맞은 거는 다 부러지고, 살릴 수 있는 건 살리고, 죽는 건 죽고 말아야죠, 어떡해요."]
고랭지 배추로 이름난 평창에서만 4개 읍면에서 40만 제곱미터, 축구장 50개 면적이 이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람을 구해 그나마 팔만한 배추를 골라내는 것보다 갈아엎는 게 돈이 덜 들 지경입니다.
[김순란/평창군 방림면장 : "2주 있으면 출하를 해야 할 상황인데, 지금 몇 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을 지금 갈아 엎어야 하는 상황에 와 있고요."]
오랜만에 목돈을 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간 농민들이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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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기 기자 (goldm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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