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스포츠왕국 미국 축구를 깨우나[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3. 6. 1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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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리오넬 메시.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오른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를 둘러싸고 최근 축구계가 벌인 영입 경쟁은 ‘축구의 신(神)을 어느 쪽으로 모셔야 하는가’라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켰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메시는 이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세계 최고 선수라는 상징성이 있다. 메시 영입 경쟁은 이 같은 상징성을 두고 벌어진 경쟁이었다. 현 시대 최고의 선수로 추앙받는 그가 어느 곳으로 가는지에 따라 그가 향하는 지역의 축구계 위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를 두고 영입 경쟁을 벌인 쪽은 주로 향후 자신들의 위상을 크게 높이려 하거나 혹은 추락했던 과거의 위상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에 몸담고 있던 메시 영입 경쟁에 나선 곳은 북미 메이저리그사커(MLS)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프로축구팀들이 참가하는 MLS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그동안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의 인기에 눌려 있던 축구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MLS는 지난해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2019년 세웠던 역대 최다 관중 86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지역의 축구 인기가 타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더 큰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축구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했다. 2026년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 왕국인 미국과 캐나다 내에 축구 열기를 확산시키고 그 시장을 키워 보겠다는 것이 MLS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통된 야심이다.

2026년부터는 월드컵 본선 참가국 수가 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북중미 카리브 지역의 본선 참가국 수는 현 3.5개국에서 6개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FIFA는 전체 월드컵 참가국 중 북중미 및 아시아, 아프리카의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는데 이는 축구를 유럽과 남미 중심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으로 더 크게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가운데 결정된 메시의 MLS행은 미국 내 축구 열기를 본격적으로 지피며 미국과 FIFA의 전략적 작업에 가속도를 내게 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계 또한 메시 영입 효과를 노렸다. 메시의 라이벌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포르투갈)를 알 나스르 구단이 연봉 2700억 원에 이미 영입한 데 이어 알 힐랄 구단은 메시에게는 그 두 배가량인 5800억 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메시 영입 효과를 그만큼 크게 보았다는 뜻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가 자국 리그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는 석유에 집중됐던 자금을 스포츠 산업 등에 분산 투자함과 동시에 세계 축구계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월드컵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가 보수적이고 인권 탄압적인 국가 이미지를 스포츠를 통해 씻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정책에 이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로 갔을 경우 비슷하거나 더 큰 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메시는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포기함으로써 이런 논란을 차단했다.

또한 메시는 바르셀로나 복귀를 포기한 이유로 자기가 복귀할 경우 구단의 다른 동료들이 팀을 나가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점들은 그동안 메시가 기량적으로 최고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선량한 이미지를 쌓아온 연장선 위에 있다.

메시는 이 밖에도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미국행을 택했다. 그에겐 개인적인 선택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축구계의 흐름에 또 한 번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는 그의 육체적 노쇠와 관계없이 그가 이룩한 영광의 영향력은 아직 시들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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