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요? “NC는 NO입니다”

돌아서면 새 얼굴 ‘뎁스 야구’의 힘

프로야구 NC 선수들이 지난 11일 홈에서 열린 SSG전에서 8-4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욱·천재환·도태훈 등 백업들
주전들 공백 메우며 고비마다 제몫
선발투수 이탈에도 탄탄한 마운드
누굴 쓸지 ‘행복한 고민’ 깜짝 3위

돌아서면 새 얼굴이 나온다. 프로야구 NC가 ‘뎁스(선수층) 야구’로 KBO 리그 상위권 레이스를 흔들고 있다. 시즌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11일 창원에서 열린 SSG전이 그랬다. 이름값만 놓고 볼 때 NC 선발 라인업은 허약했다. 서호철과 윤형준이 내야에 섰고, 김성욱과 천재환이 외야를 지켰다. 주장 손아섭이 휴식차 빠졌고, 부상에서 갓 돌아온 박민우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1군 등록 이후 팀 내 타격감이 가장 좋던 권희동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날 엔트리 말소가 됐다.

그런데도 NC 타선은 김광현이 선발로 나선 SSG 마운드를 어렵잖게 공략했다. 권희동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김성욱이 2안타, 그간 선발 출장이 뜸했던 천재환이 3타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중 대타로 투입된 도태훈이 4-4 동점이던 8회 1사 만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이날 승리로 NC는 5연승을 내달리며 롯데를 반 경기 차로 따돌리고 3위에 올랐다. 6월 들어 8승1패의 무서운 상승세다.

NC는 6월 팀 OPS 0.772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손아섭과 박건우가 타선의 중심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부진하던 제이슨 마틴도 11일까지 13경기 연속안타로 살아났다. 도태훈, 서호철, 윤형준 등 개막 전만 해도 백업으로 분류되던 선수들도 고비마다 활약 중이다. 여기에 박석민이 부상을 딛고 복귀했고, 박민우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한두 명의 전력 이탈 정도는 크게 티가 안 날 만큼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마운드 높이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구창모, 신민혁, 송명기 등 개막 시리즈 토종 선발진이 모조리 이탈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이재학, 최성영이 이들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불펜은 선발 이상으로 젊고 강력하다. 마무리 이용찬이 WBC 음주 파동으로 이탈하자, 김시훈이 6월 4차례 등판에서 무실점에 1승2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시즌 불펜의 중심축이었던 김영규·임정호에 류진욱, 하준영, 조민석 등이 가세했다.

신민혁을 비롯해 오영수, 한석현 등이 퓨처스리그에서 와신상담하며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12일에는 최정원, 배민서가 상무에서 전역했다. 1군에서 충분히 쓰임새를 찾을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지금 당장은 넣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NC의 ‘행복한 고민’이다.

NC 주장 손아섭은 “야구는 슈퍼스타 1~2명이 좌지우지하는 종목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의 말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NC의 6월이다. 양의지, 노진혁 등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적한 가운데 시즌 초반에는 주축급 선수들의 부진이나 부상 이탈이 이어졌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젊은 선수들로 4월과 5월을 중위권에서 버텼고, 6월 들어서는 탄탄해진 선수층을 앞세워 선두권 도약까지 노리고 있다. 어느새 2위 LG와 2경기 차, 선두 SSG와 3.5경기 차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