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투혼…끝까지 하나로 빛난 김은중호

윤은용 기자 2023. 6. 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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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아름다운 4위’
U-20 축구대표팀 주장 이승원(가운데)이 12일 열린 이스라엘과의 3·4위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라플라타 | AP연합뉴스
3·4위전 후반 체력 저하에 1 대 3 패
무관심 속 일궈낸 2연속 ‘4강 신화’
이강인 기록 넘은 이승원 ‘브론즈볼’
이영준·김지수 등 스타 탄생 알려
우루과이, 이탈리아 꺾고 첫 우승

마지막 경기도 아쉽게 패했다. 그래도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을 향해 축구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시작 전부터 스타 한 명 없다며 무관심 속에서 대회를 맞았던 그들은 한 팀으로 똘똘 뭉쳐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대회를 마친 지금, 김은중호의 모두가 찬란히 빛나는 스타가 됐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2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3·4위전에서 이스라엘에 1-3으로 패했다.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1-2로 져 3·4위전으로 밀려난 한국은 최종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반 19분 먼저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5분 뒤 배준호(대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주장 이승원(강원·사진)이 성공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런데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며 이스라엘의 맹공에 시달렸고, 결국 후반 31분 오메르 세니오르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아난 칼라일리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했다.

비록 패배로 대회를 마무리했어도, 한국은 4년 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U-20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며 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번 알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들 중 16강 이상 올라간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번 대회 4강이 더 대단한 점은, 누구 하나 주목받지 못하는 무관심 속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폴란드 대회 때는 이강인(마요르카)이라는 슈퍼스타의 존재로 대회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반면 이번에는 이름값 있는 스타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배준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경기력과 실전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대회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개최지가 인도네시아에서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바뀌어 현지 적응도 쉽지 않았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전력에서 상대보다 밀린다는 것을 각오하고 철저하게 ‘선 수비, 후 역습’을 갈고닦음과 동시에 상대에게 한 방으로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세트피스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까지 한국이 무패를 질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대회를 통해 선수들은 스스로 성장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주장 이승원은 이번 대회 3골·4도움으로 4년 전 이강인의 기록(2골·4도움)을 넘어 FIFA 주관 대회 한국 남자 선수 최다 공격포인트의 주인공이 됐다. 김지수(성남)는 수비의 든든한 핵심으로 ‘제2의 김민재’라는 평가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영준(김천)은 공격수들의 줄부상 속에 홀로 최전방을 지키며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견제를 견뎌내는 투혼을 펼쳤다.

김은중 감독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은 힘든 것을 참고 증명해냈다”며 “이 선수들이 감독으로서의 내 첫 제자들이다. 1년6개월 동안 성장한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며 제자들의 성장에 흐뭇해했다.

한편 결승전에서는 우루과이가 후반 41분 터진 루시아노 로드리게스의 헤더골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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