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신청 러軍 장교 "우크라 우리 적 아냐… 범죄 공범 될 순 없어"

김태훈 2023. 6. 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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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복무를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을 거부했을 뿐입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 적이 아닙니다."

러시아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탈영해 이웃나라로 탈출한 20대 청년이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전쟁 초반 러시아는 사상자가 거의 없으며 이른바 '특별군사작전'(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용어)이 잘 수행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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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 후 러 벗어나 육로로 리투아니아 입국
"후회 안 한다… EU에서 새 삶 찾고 싶을 뿐"

“저는 군복무를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을 거부했을 뿐입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 적이 아닙니다.”

러시아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탈영해 이웃나라로 탈출한 20대 청년이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범죄’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본인 또는 가족에 대한 러시아 측의 보복이 예상되지만 청년은 “유럽연합(EU)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싶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군에서 중위로 복무하다가 탈영 후 리투아니아에 망명을 신청한 드미트리 미쇼프(26). BBC 홈페이지 캡처
1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드미트리 미쇼프(26)는 얼마 전까지 러시아군 헬기 부대에 복무했고 계급은 중위다. 부대를 탈영한 그는 육로로 러시아를 탈출해 리투아니아에 입국했다. 당국에 자수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그는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쇼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1월 전역을 시도했으나 서류 처리가 지연됐다고 털어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1개월 전으로 당시 그는 전쟁을 직감했다고 한다. 결국 2022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개시했다. 전쟁 발발 이전에 군인을 그만두려 한 미쇼프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저는 벨라루스로 보내져 군용 화물을 배달하는 헬기에서 일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은 없고요. 계속해서 전역 기회를 노렸으나 2022년 9월 푸틴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뒤 소속 부대에서 ‘군대를 떠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드미트리 미쇼프)

이제 미쇼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날만 남았다. 그는 전쟁범죄의 공범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자해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아예 러시아를 벗어나 외국으로 탈출할 결심을 하게 됐다.

“저는 군인이고 제 임무는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는 것입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이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우리가 왜 우크라이나인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도시를 파괴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드미트리 미쇼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자주포가 우크라이나 표적물을 겨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초반 러시아는 사상자가 거의 없으며 이른바 ‘특별군사작전’(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용어)이 잘 수행되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미쇼프는 그가 아는 장병만 여럿이 전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속한 부대에는 헬기가 40∼50대 있었으나 개전 후 얼마 안 돼 6대는 격추되고 3대는 지상에서 파괴됐다. 미쇼프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비교하면 소련(현 러시아)은 그곳에서 333대의 헬기를 잃었다”며 “우리도 1년 동안 거의 같은 수준의 손실을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쇼프는 러시아 당국이 곧 그를 상대로 형사처벌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머물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EU 회원국이다. 망명이 받아들여지면 EU 역내에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 미쇼프는 “마침내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의 옛 동료들도 자신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란 믿음을 드러냈다.

“제가 전선에 투입됐다면 적어도 수십 명의 목숨을 빼앗았겠죠. 우리나라(러시아)가 진짜 위협에 직면한다면 저는 얼마든지 봉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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