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아마존 생환’ 4남매 어머니 “살아나가라” 유언

13세 큰딸과 대화한 아버지 전언
비행기 추락 후 나흘가량 생존

콜롬비아 아마존 정글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 후 생환한 4남매의 아버지 마누엘 라노케가 11일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보고타 | AFP연합뉴스

콜롬비아 아마존 정글에서의 비행기 추락 사고 후 40일째 되는 날 극적으로 생환한 4남매에게 함께 사고를 당한 엄마가 ‘살아나가라’는 유언을 했다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는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과의 기자회견에서 큰딸 레슬리 무투쿠이(13)와의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아이들의 어머니는 추락 이후 큰 부상을 입었지만 나흘 정도 살아 있었다. 어머니는 레슬리에게 “동생들과 함께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라노케는 전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지난달 1일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현장을 확인한 군 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라노케는 “아직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며 “아이들 상태가 좋아지면 직접 (국민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저는 어떤 것도 덧붙이거나, 과장하거나, 지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탈수 증세와 벌레 물림, 영양실조 증상 등을 보인 4남매는 현재 수도 보고타 군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아이들의 할아버지는 “찢기거나 썩기 일보 직전인 옷을 입은 채 구조된 레슬리가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한 것 같다”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던 (레슬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아마존 정글에서 4남매를 극적으로 찾아낸 콜롬비아 군 구조팀은 여전히 열대우림 속에 남아 ‘에스페란사’(스페인어로 희망이라는 뜻) 구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여섯 살 구조견 ‘윌슨’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국방부는 이날 언론 설명자료와 공식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윌슨을 찾아내기 위한 작전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는 이번 수색 작전을 지휘한 엘데르 히랄도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의 지시라고 밝혔다. 군은 “아무도 뒤에 남기지 않는다는 명령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