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에어컨도 켜야 하니, 난방비 엎친 데 전기료 덮쳐…목욕탕 이용료 ‘1만원’
매주 오던 손님, 한 달에 한 번 방문
찜질방·PC방 요금도 상승 곡선
소상공인에게도 에너지 지원 촉구
서울 금천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홍락씨(63)는 지난 2월 이용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7000원에서 1000원 올렸지만 지난 1월 난방비 인상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겨울 난방비가 이전보다 40% 오르는 폭탄을 맞으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1만원 넘게 받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돼 손님이 늘긴 했지만 예전만 못하다. 이용료 부담이 크다 보니 1주일에 한 번 찾던 손님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곤 한다. 이씨는 “이제 날씨가 더우니 에어컨까지 켜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스·전기료 상승으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지난달 목욕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목욕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23.59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4.1%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2월(14.2%) 이후 14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5월 7.4%였던 전년 대비 목욕료 물가 상승률은 8월 10.0%를 찍고 꾸준히 오르더니 지난달 14% 선을 넘었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지역 평균 목욕료는 9692원이었다. 이어 경기(9328원), 강원(8889원), 인천(8833원), 충북(8429원) 순으로 높았다. 유일하게 6000원대인 제주(6625원)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7000~8000원대였다.
목욕탕과 마찬가지로 연료비 비중이 높은 찜질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찜질방 이용료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2.4%로 역대 3번째로 높았다. 직전인 4월에는 13.2%로 200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목욕탕과 찜질방은 손님이 적든 많든 시설을 일정 온도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요금 인상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진 PC방 이용요금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PC방 이용료 물가 상승률은 6.1%로 2018년 11월(6.5%)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올해 1월 3.7%에서 4월 5.9%로 오른 데 이어 지난달 6% 선을 넘어섰다.
소상공업계는 실질적으로 전기·가스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을 ‘에너지 취약계층’에 포함해 에너지 지원을 법제화할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효율 높은 최신 설비로 교체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별도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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