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4%까지 하락…빚투·영끌 부활 우려

최희진 기자 2023. 6. 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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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전월보다 수조원씩 줄던 신용대출 잔액, 5월엔 -2583억원
감소 폭 급감, 사실상 보합 수준…신규 취급액은 연초 대비 2배 급증
기준금리 인상으로 줄어들던 가계부채, 증가로 전환될라 전전긍긍

은행 대출 금리가 지난해보다 낮아지자 신용대출 감소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빚투(빚내서 투자)’와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바람이 다시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6731억원으로, 전달보다 2583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후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매달 1조원 이상 줄면서 전체 가계부채의 축소를 주도했다. 지난 2월엔 전달 대비 2조1382억원, 3월 2조5463억원, 4월엔 1조88억원이 감소했다. 그러다 5월 들어 감소 폭이 2000억원대로 급감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서도 신용대출 감소세의 둔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전달 대비 200억원 감소에 그쳤다. 지난 1월엔 전달 대비 4조6000억원, 2월 2조4000억원, 3월 3조원이 줄다가 4월엔 5000억원이 감소했고 지난달엔 사실상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은행권에선 시장금리 하락,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금리가 떨어진 것이 금융소비자의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6월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4.682%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4~5월엔 3.4~3.8% 수준에서 거래됐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최저 연 6%대였으나 올해 5~6월에는 최저 4%대로 내려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잔액은 아직 전달 대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새로 취급하는 월평균 대출액은 연초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이 돈이 부동산과 증시 등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용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는 행태는 지난 몇 년간 자산 가격을 밀어올린 동력 중 하나였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대 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 신용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 수는 615만1000명으로, 2018년 말보다 105만1000명이 증가했다.

이 기간 모든 연령층에서 신용대출 차주가 늘어나긴 했으나 특히 20대와 40대에서 각각 24만9000명, 30만5000명이 급증했다.

빚투·영끌 심리가 되살아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진행되던 가계부채 축소의 속도가 더뎌지거나, 부채 규모가 증가 전환할 우려가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는 한편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거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함으로써, 장·단기적으로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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