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점령 3개 마을 탈환…우리 국기 다시 달았다”

선명수 기자 2023. 6. 1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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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격 공식화 하루 만에 도네츠크주 전투서 첫 승전보
바그너 그룹 수장 “러 국방부와 어떤 계약도 안 맺을 것”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1일(현지시간) 대반격으로 처음으로 탈환했다고 주장하는 동부 도네츠크주 블라호다트네 마을의 한 건물에서 국기를 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영토 수복을 위한 ‘대반격’ 개시 이후 처음으로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3개 마을을 러시아군의 수중에서 탈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반격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발표한 첫 승전보다. 러시아군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일주일 가까이 대반격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우크라이나 육군은 이날 “제68특전여단이 도네츠크주 블라호다트네 마을에 입성했다”고 발표하며 이곳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어 도네츠크주 국경수비대와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네스쿠치네와 마카리우카 마을 역시 차례로 수복했다고 밝혔다. 발레리 세르셴 우크라이나 육군 대변인은 “탈환한 마을들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 경계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기가 이 마을들에 게양됐다”면서 “반격 작전의 첫 성과”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주말 사이 최소 3개 지역에서 반격 작전을 펼쳤고, 일부 영토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고 밝힌 3개 마을은 약 4.8㎞에 걸쳐 있는 소규모 마을이다. 규모는 작지만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로 연결되는 보급로에 위치해 있으며, 블라호다트네에서 남쪽 95㎞ 거리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시 마리우폴이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 확보를 목적으로 이번 작전을 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전 초부터 러시아군이 점령을 시도했던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잇는 군사적 요충지로, 이 도시를 탈환하면 러시아군을 양분하고 보급로를 끊을 수 있다.

BBC방송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향후 몇달 안에 마리우폴 탈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마을에서 남쪽으로 더 진격하면 대반격의 핵심 목표인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를 잇는 육로를 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돌파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마을들이 러시아의 1차 방어선 너머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도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도네츠크주 서부에서 남쪽으로 진격한 것은 현재까지 이뤄진 대반격의 가장 중요한 성과를 의미하지만, 러시아의 주요 방어선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군사작전’(NYT)이라는 이번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앞세워 진격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손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일주일간 작전에서 최소 3대의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와 미국 브래들리 장갑차 8대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오랫동안 예고했던 대반격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러시아군 내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바흐무트에 투입됐던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바그너그룹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모든 비정규군이 이달 말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지시를 두고 러시아군이 국방부에 공개적으로 날을 세워온 바그너 그룹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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