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온정, 또 방탄 민주당…‘돈봉투’ 민심 역풍에도 역주행

윤승민 기자 2023. 6. 1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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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표결 맡겨 대부분 반대표 ‘쇄신 요구’ 무색…비판 불가피
윤관석·이성만 “검찰 수사 부당 입증”…정의당도 “강력 규탄”
한동훈 “돈봉투 받은 약 20명도 표결”…야당 일각 “부결 유도”
표결 앞두고…의총 참석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인사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관여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결과로 해석된다. 돈봉투 의혹 사건을 계기로 당내에서 제기됐던 쇄신 요구가 무색하게 민주당이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두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국회의원 총 293명이 참여했으며 윤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표는 139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표는 132표였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인 출석 의원 과반(147표 이상)에 각각 8표와 15표가 모자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이날 표결에 앞서 두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 소속 총 119명 중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에서는 20여명만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모두 기권표가 한 자릿수였음을 감안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민주당은 표결 내용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야당을 겨냥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반감, 전방위적인 야당 수사에 소속 의원 누구든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검찰이 돈봉투 의혹 관련 국회사무처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최강욱 민주당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경이 야권 겨냥 수사 강도를 높여온 데 대한 반발이 있었다.

한 장관이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밝히면서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신다”고 한 말이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의 발언 때문에 찬반 표결을 고민하던 의원들을 자극해 반대표 수가 늘어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부결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코인) 투자를 계기로 당 쇄신 요구가 커진 뒤에도 당의 혁신 의지가 있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거쳐 발표한 결의문에서 “민주당의 윤리 규범을 제1의 판단기준으로 삼겠다.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권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각종 사법 문제에 ‘방탄’을 한다는 지적도 끊을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추가로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민주당이 사실상 부결을 선택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방탄 프레임이 굳건해질수록 이 대표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내 인사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당 일각에서 들어왔다. 이 대표가 주도해 출범을 준비하는 혁신기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강도 높은 혁신을 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대응이 적절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이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여론의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면서 그에 맞는 쇄신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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