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술 함께 할 분?” 채팅앱에 글 쓴 40대 체포된 이유는

김명진 기자 2023. 6. 1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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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술 함께 하실 분?”

지난달 28일 한 채팅 앱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다. 10대 여성을 가장한 한 여성이 글 작성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40대인 이 남성은 흰색 가루 사진을 보내왔다. 그가 말한 ‘마른 술’은 필로폰이었고 말을 걸어 온 여성은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이었다.

지난 8일 음주운전 혐의로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출석했다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40대 강모씨. /제주경찰청

12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마약 소지 혐의로 강모(48)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 강씨는 이달 초 투약 목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마약 판매자의 계좌에 100만원을 입금하고 필로폰 1.18g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의 범행은 채팅 앱을 모니터링하던 경찰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그는 랜덤 채팅 앱에서 ‘마른 술 함께 하실 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필로폰은 ‘마른 술’ ‘차가운 술’ ‘얼음 작대기’ 같은 은어로 불리기도 한다. 강씨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접근해 온 경찰에게 흰색 가루 사진을 보내며 동반 투약과 성관계를 권유했다.

경찰은 강씨가 마약류 관련 범죄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그와 10일 뒤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마약 소지(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전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강모 씨의 차에서 발견된 주사기. /제주경찰청

그런데 약속을 며칠 앞둔 지난 8일 강씨의 위치가 ‘서귀포경찰서’로 확인됐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나온 것이었다. 경찰은 제발로 경찰에 출석한 강씨에 대해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실제로 강씨 주거지와 차량에서는 주사기 26개가 발견됐다. 그 중 2개는 이미 사용된 상태였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제주시내 한 우체국에서 강씨 주거지로 배송될 예정이었던 필로폰 1.18g을 임의로 제출 받았다.

경찰은 강씨의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검사를 의뢰하고 지난 9일 그를 구속했다. 경찰은 강씨에게 마약을 판 판매책을 찾아나서는 등 추가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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