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응급 대처' 논란. 해당 병원 "인력 부족 말했다", 협회 "그런적 없어"

박연준 2023. 6. 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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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고 장면. 유튜브 캡쳐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고교야구에서 안일한 '응급 대처'로 인해 선수가 중증 부상을 입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수도권 모 야구장에서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대회 A고교와 B고교의 맞대결. A고교 유격수와 좌익수가 타구를 처리하다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충돌 직후 두 선수는 통증을 호소하며 일어서지 못했고 그중 한 선수는 안면 강타로 인해 치아가 여러 개 빠지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직후 구급차가 야구장 안으로 들어왔지만 MHN스포츠 취재 결과, 해당 구급 차량엔 응급 구조 자격증을 소지한 구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A고교의 감독은 "보통 경기를 하는 날에 구조사 및 간호사 한 분이 항상 계셨다. 다만 이날엔 야구장 내에서 보지못했다"라며 "뿐만 아니라 해당 구급차 운전자가 '지금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라며 심각한 상황임에도 병원 이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격수 수비를 나간 선수는 무릎 부상을, 좌익수는 호흡곤란과 경련까지 보였다. 또 대부분의 치아가 빠졌고 병원소견 결과 얼굴 뼈 골절로 인해 뼈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 감독관이 경기 시작 전에 구급차 이송자에 대해 확인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크다"

MHN스포츠 DB

관할 야구협회 "매뉴얼 대로 대응해...해당 운전자, 자격증 소지했다고 했었다"

관할 야구협회 '경기 응급 대응 매뉴얼'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 응급 구조원 배치는 최소 1명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경기 시작 전 감독관은 구급차 배치 여부를 살펴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할 야구협회는 본 기자와 전화에서 "협회가 오늘 아침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감독관이 경기 시작 전 응급차 배치를 확인했다. 다만 매뉴얼 상 인원이 몇 명인지 확인하는 것은 없었다"라며 "감독관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기장에 나온 구급차로 병원 이송이 불가하다고 판단, 119를 불러 충돌 발생 후 17분 만에 병원 이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구급차 운전자가 구조 자격증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 정보를 말했다"며 "협회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대응 매뉴얼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임을 알려드립니다. MHN스포츠 DB

구급차 파견한 수도권 C 병원 "해당 운전자, 자격증 미소지자 사실, 다만..."

구급차를 파견한 C 병원 측 관계자는 "우선 병원 이송 지연 상황에 대해선 착오가 있었다. 통상 구급 이송 시 코로나-19 검사 이후 결과를 본 뒤 이동한다. 이 과정을 해당 운전자가 제대로 인지 하지 못한 채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가 구조 자격증이 있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병원에선 간호사가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추가로 병원 측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협회에 경기 전날 파견이 어렵다고 말했으나, 협회에서 무조건 나와달라고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전날 전화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 부족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전화에서 파견 여부에 대해 확인한 것 뿐이 전부다"라고 반박했다.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사진=연합뉴스

임수혁 '심장마비' 23년 후, 발전하지 못한 한국 야구 응급 대처

지난 2000년 4월 18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2회 2사 후 5번 지명타자로 타석에선롯데 임수혁은 2루 진루 후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당시 급성 심정지 상황에도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인 응급 대처가 되지 못해 병원 이송 이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오랜기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2010년 작고했다.

임수혁 사건 발생 23년 후인 현재, 응급 매뉴얼 등 대응책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여전히 한국 야구의 한편에선 미흡한 응급 대처 모습이 남아있다.

부상을 당한 해당 학생은 올 시즌 안에, 야구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프로 지명과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두고 어두컴컴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임수혁 선수 사건 이후에도 전혀 바뀐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교야구의 경우 프로와 비교했을 때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 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안전이라도 책임져 주어야 한다. 이렇게 또 애꿎은 어른들의 잘못에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이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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