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금리정책에 미치는 영향 [더 나은 세계, SDGs]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일간(13~14일) 개최 예정인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연 5.00∼5.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2012년 9월부터 2015년 중반까지 3차 양적 완화(QE3)를 진행했고, 2020년 3월부터 2021년 연말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목적으로 경기 부양과 회복을 위한 대규모 QE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시기 기준금리는 평균 0% 수준이었다.
다만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다. 미국 노동부(DOL)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3일 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완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예측이 맞는다면 지금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밝혔고,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최근 몇년 동안 이뤄진 미국의 금리 변동 및 OE와 테이퍼링(QE 축소) 정책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등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 대응하려는 녹색산업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미 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10월 CP) 상승률은 6.2%를 기록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당시 전문가들은 경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전 세계가 추진한 그린 에너지 전환 정책의 영향이 크게 미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즉 ‘코로나 19→공급망 붕괴 및 실물경제 악화→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 강구→경기 부양을 위한 QE→금리 완화→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금융자금의 그린 에너지 투자→화석 에너지 배제→전기자동차 등에 필요한 원자재비 급등→원유 감산과 고유가→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인플레이션→테이퍼링→금리 인상’의 사이클로 진행됐다는 진단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에너지 대란 및 원자재비 급등이라는 경제 상수의 영향력을 다소 간과한 채 탄소 중립과 에너지 대전환, 그린 산업 투자를 밀어붙여 이른바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이라는 부작용을 덤으로 발생시켰다는 의견이다.
앞으로도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가 더 많이 더 자주 생겨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재해에 대한 면밀한 대비책이 없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경기 침체에 이은 부양책, 다시 인플레이션 등으로 요동치는 흐름이 더욱 빈번히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사회 전체의 손실뿐 아니라 국가가 투입해야 하는 재정 지원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지난 주말까지 약 12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또 대한민국 면적(약 10만㎢)의 40% 규모인 약 380만헥타르(3만8000㎢)의 땅을 불태워 버렸다. 특히 이번 산불로 발생한 연기는 미국 동부를 그대로 덮쳐 약 1억명에 대기 질 경보가 발령됐다. 산불이 자연재해를 넘어 보건재해로까지 번진 셈이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지난달 3일 “이번 여름부터 가을 사이 시작될 엘니뇨(El Nino)로 지구 기온 기록을 경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는 가뭄과 홍수 같은 엘니뇨의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1991~2020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이르는데, 만약 지금까지의 예측대로 ‘슈퍼 엘니뇨’로 발전하면 전 세계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슈퍼 엘니뇨는 식량 원자재 및 농업 생산품의 출하량을 줄이는 탓에 식품 가격폭등의 주요 원인이 되며, 관련 상품과 펀드에 투자하는 금융 시장의 판도도 바꾸게 된다. 또 슈퍼 엘니뇨 기간 중 기후의 영향으로 전염병이 창궐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콜레라와 뎅기열 등이 크게 우려된다.
전 세계 국가는 이러한 기후·자연·보건재난이 발생하면, 이를 대비하고자 더 막대한 예산을 쏟아내게 된다. 그 여파로 다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인플레이션의 위험성도 커진다. 반복적인 그린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재난이 실물경제와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계획하는 일이다.
이제 곧 여름을 맞이할 시기에 발표되는 연준의 금리 결정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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