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 생기면, 수수료 줄고 거래시간 늘듯

이윤희 2023. 6. 12. 18: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 ATS 설립 추진
주식·DR 매매 및 중개 맡을 듯
기업상장·상폐 등은 거래소 전담
미국선 이미 ATS 62개 운영중
자본금 요건 커 추가설립 힘들듯
사진=연합뉴스

대체거래소, 내년 하반기 출범

내년 하반기면 국내 유일 증권거래소인 한국거래소(KRX)의 68년 독점 증권거래소 지위가 깨질 전망이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넥스트레이드가 대체거래소 설립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에는 금융투자협회를 주축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참여한다.

지난 3월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며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금융감독원 심사 및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예비 인가 심사를 받은 후에는 인적, 물적 요건을 갖춰 6개월 내에 본인가를 신청해야 하고 본인가까지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당국은 ATS 도입을 통해 시장 경쟁과 자율을 촉진, 선진 자본시장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ATS 설립은 지난해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선정한 금융규제혁신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사 26곳, 증권 유관 기관 3곳, IT 기업 4곳 등 총 34개 회사가 출자한 회사다.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초대 대표이사는 금융위원회 출신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이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처럼 상장주권과 증권예탁증권(DR)의 매매, 중개, 주선, 대리 업무를 주요 영위 사업으로 할 계획이다. ATS에서 거래할 수 있는 증권은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로 제한한다. 다만 기업 상장은 여전히 거래소의 고유 업무로 남는다. 상장폐지와 시세조종 감시 등도 거래소가 맡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TS의 등장으로 수수료 절감과 거래시간 연장 등의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먼저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거래 주문을 냈을 때 증권사가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하도록 할 수 있다.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해당 주문이 상품의 가격과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매매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한 최선의 거래 조건에서 집행되도록 거래소 또는 ATS 중 하나를 선택해 거래를 집행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사업 설명회에서 매매시간을 거래소 정규장 종료 이후에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거래소 등과의 협의결과에 따라 종료시간이 결정된다는 한계는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KRX에 없는 '중간가 주문'과 '스톱 주문' 도입 방침도 밝혔다. 중간가는 매도 호가의 가장 낮은 가격과 매수 호가의 가장 높은 가격의 산술적 중간값이다. 스톱 주문은 특정 가격이 되면 시장가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심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아직 모르지만, 시장에선 거래소 독점 체제를 깨고 거래 시장 간 경쟁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에선 복수의 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2021년 말 기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ATS만 총 62개다. 미국 전체 주식 거래의 약 11% 내외를 차지한다. 유럽 대체거래소(MTF)는 142개(2020년 기준)다. 상장주식 점유율(거래대금 기준)은 시장의 28% 수준이다. 일본은 1998년부터 ATS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일본이 ATS를 도입한 후 정규거래소인 동경증권거래소가 적극적으로 IT 부문 투자를 단행하고 주문 제도를 다양화했다고 평가했다.

넥스트레이드의 구상이 기존 거래소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거래소의 거래수수료율은 낮아서다. 게다가 거래소가 ATS에 시장감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TS는 중개 기능만 있기 때문에 시장 관리에 필요한 불공정 거래 감시, 투자자 보호 조치, 청산결제, 통합시세 산출 등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거래소는 연구용역을 통해 이를 따져보고 있다. 거래 체결 속도 측면에서도 ATS가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향후 더 많은 ATS가 나타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ATS에 비해 문턱이 높다. 국내 대체거래소의 경우 자본금 요건이 있어 매매 체결의 중개 업무만 영위할 경우 투자중개업자로서 최저 자본금 200억원이 필요하고, 직접 매매 업무도 취급할 경우 투자매매업 인가 요건은 최저 자본금 300억원이다.증권업계에서는 ATS 맞이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코스콤은 지난 9일 넥스트레이드 본격 출범을 앞두고 증권사를 대상으로 IT 대응 방안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 코스콤 본사에서 열린 포럼에는 증권사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와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들이 참석해, 코스콤은 시세 처리, 최선집행(투자자의 주문이 유리한 조건에서 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집행 방법) 시스템 구성 방안 등 ATS 출범에 따라 증권사가 IT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특히 코스콤은 자동화된 주문 처리 프로세스인 '스마트 오더 라우팅'(SOR) 기술 시연을 선보이며 복수 거래 시장에서 증권사의 최선집행 의무 이행을 돕는 인프라를 소개했다.

황선정 코스콤 전무이사는 "넥스트레이드 출범과 관련한 IT 부문 대응과 관련해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46년간 자본시장 IT를 책임져 온 코스콤이 그간 고민해 온 사항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증권사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