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체포동의안 또 부결시킨 민주당, 국민 신뢰 얻을 수 있겠나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출석 의원 293명 가운데 각각 139명, 132명만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 요건에 미달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가결 후에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뤄지지만, 부결되는 경우에는 영장이 그대로 기각된다. 검찰은 체포동의안 처리 수 시간 전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가 경선캠프가 지급해야 할 컨설팅 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컨설팅업체 사무실과 업체 대표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체포동의안 부결로 수사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결이 무기명으로 이뤄져 개별 의원의 찬반은 확인할 수 없지만 국회 의석 분포,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처리 방침, 두 의원의 이전 소속 정당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달 민주당을 탈당한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찬성 당론을 정했으나 167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찬반을 의원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었다. '방탄 정당'이라는 비난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은 '검찰을 동원한 여권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식대나 교통비 정도의 실비 제공은 관행'이며 따라서 '억울하게 당한' 두 의원의 문제가 남 일 같지 않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시게 된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표결 전 발언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든 체포동의안 부결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미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바로 구속하자는 것도 아니고 법원에서 구속 여부를 다퉈보자는 것인데 그마저 가로막은 것은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사용해야 할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할 수 없다는 불체포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때나 어울릴 법한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근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올해 안으로 국회법을 개정해 제22대 국회부터 불체포특권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제20대 대선 당시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런데 현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체포동의안 8건 가운데 절반이 부결됐으니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4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거나 최근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의원들이다. 민주당은 '상황의 특수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미풍에도 뒤집히는 원칙은 처음부터 내걸지 않는 편이 낫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돈 봉투 의혹'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까지 겹치면서 대대적인 개혁 요구가 당내·외에서 분출하고 있다. 개혁과 혁신의 핵심은 정의를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예외를 내세우는 소위 '내로남불'에서 탈피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선 패배도 '조국 사태' 때 확인된 민주당 주도 세력의 '내로남불'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더라도 선거 때 적당히 분식하면 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야당은 정부를 오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윤석열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 책임의 절반은 야당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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