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대사 고압 발언’ 정치적 이용 말고, 냉정 대응해야

한겨레 2023. 6.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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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 한 고압적 발언을 둘러싸고, 한-중 관계의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중 외교부가 서로 대사를 '맞초치'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를 직접 비판하는 등 일파만파 상황이다.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한 중국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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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 한 고압적 발언을 둘러싸고, 한-중 관계의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중 외교부가 서로 대사를 ‘맞초치’한 데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를 직접 비판하는 등 일파만파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싱 대사를 겨냥해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 비엔나(빈) 협약을 위반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특정 국가 대사를 향해 비판적 논평까지 내놓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한 중국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태의 발단이 지난 8일 싱 대사가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등 한국 여론이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을 15분 동안 일장 연설하듯 한 것에서 출발한 것은 맞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저에 찾아가 이를 민주당 공식 유튜브에 생중계한 것도 부적절했다.

하지만 이후 이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양국 관계를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여당과 외교부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에 대한 전방위 비판에 나서는 건 현명하지 않다. 싱 대사의 존재감만 높이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중국 공산당 한국 지부장인지, 제1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는 등 야당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한국의 이런 비판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고 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한국을 비판하며 싱 대사를 두둔하고 있다. 중국 입장을 거칠게 대변하는 ‘전랑외교’와 한국 국내 정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 한·미·일 일변도 외교로 인해 한-중 관계는 과도하게 악화되었다. 한-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가는 시기에, 이 문제가 두 나라의 국내 정치와 맞물리면서 한-중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는 거의 없고, 경쟁적으로 비방에만 열을 올리는 등 한-중 관계는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투로 보일 정도다. 한·중 양국 모두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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