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지금 KIA 에이스가 윤영철이라니… 뜯어보면 구창모 향기가, 레전드 극찬 이유 있다

김태우 기자 2023. 6. 12. 1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는 등 최근 꾸준히 좋은 흐름을 이어 가고 있는 윤영철 ⓒKIA타이거즈
▲ 독특한 디셉션 동작을 가지고 있는 윤영철은 구속이 느릴 뿐 움직임은 최정상급이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변화구도 좋은 투수고, 강약 조절도 좋다. 스무 살이 던지는 공은 아닌 것 같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레전드’인 이승엽 두산 감독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발 투수인 고졸 신인 윤영철(19)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사령탑이 되기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고교 시절 윤영철의 투구를 지켜봤었다. 상대 팀 선수이기는 하지만, KBO리그를 이끌어나갈 재능인 만큼 ‘레전드’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윤영철에 대해 어린 선수답지 않은 투구를 한다고 평가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아직 기량이 다 완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눌려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윤영철은 침착하다. 이 감독은 “진짜 베테랑이 던지는 것처럼 강약 조절이 된다. 제구도 좋은 투수”라고 윤영철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날 윤영철은 경기 초반 흔들리기는 했고,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부분도 있었으나 어쨌든 6이닝 동안 3실점을 기록하며 선발로서의 임무는 다 했다. 이로써 윤영철은 최근 10경기 연속 3실점 이하 투구를 했다. 평균자책점은 3.08이다. 규정이닝에 딱 ⅓이닝이 모자라는데, 그냥 이것을 채우고 생각한다면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어쩌면 요즘은 이 신인 선수가 KIA의 에이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외국인 선수(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는 6이닝 소화 한 번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의리는 폭발력은 리그 제일이지만 제구의 기복이 있어 보는 이들을 긴장케 하고 있고, 에이스 양현종은 최근 2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16실점을 하면서 평균자책점이 4.55까지 치솟았다. 오히려 5~6이닝을 1~3실점 범위에서 꾸준하게 잡아주는 윤영철이 가장 안정적이다.

윤영철을 두고는 시즌을 앞두고, 그리고 시즌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논란이 있다. 바로 구속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변화구 구사 능력, 제구력, 경기 운영, 그리고 디셉션까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구속은 느린 축이다. 좌완이라는 이점을 생각해도 평균 시속 140㎞가 넘지 않는 패스트볼은 평범하다 못해 리그 평균도 안 된다.

▲ 포심 무브먼트가 좋은 윤영철은 에이스로서의 성격과 두뇌까지 갖추고 있다 ⓒKIA타이거즈
▲ 신인답지 않은 투구를 이어 가는 윤영철은 선수단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서도 윤영철의 11일 최고 구속은 141.1㎞, 평균은 139㎞ 남짓이었다. 그런데 윤영철은 적지 않은 안타를 맞고, 탈삼진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맞혀 잡는 피칭으로 위기를 잘 넘기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이게 요즘 윤영철 피칭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상대하면 그렇게 안 된다.

윤영철이 ‘흑마구’라도 던지는 것일까. 구속이 느린 것을 두고 윤영철의 구위를 혹평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구속만 떨어질 뿐, 윤영철의 패스트볼 움직임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흑마구가 아니라, 돌직구다.

윤영철의 패스트볼은 ‘트랙맨’ 기준 50㎝가 넘어가는 좋은 수직무브먼트를 매 경기 꾸준하게 찍고 있다. 선수마다 구속이 다르기는 하지만, 팀 내에서 이 수치가 가장 좋은 김기훈이나 정해영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수평무브먼트 또한 25㎝가 넘어가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양쪽 다 리그 정상급 수치다. 기본적으로 공을 잘 누르고 잘 챈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공이 느리기에 타자들 눈에는 보인다. 타자들은 자연히 타격 시동을 건다. 투수들의 공 궤적을 보고 어느 위치에 공을 들어올지를 경험으로 아는 타자들이다. 그런데 타자들이 생각하는 위치에 공이 오지 않는 셈이다. 타자들의 생각보다 공이 더 차고 올라오며 방망이 위를 맞히는 경우도 있고, 또한 우타자 기준으로 더 배트 끝으로 도망가다 보니 정타라 쉽게 잘 안 나온다. 1~2㎝ 차이로 외야 타구와 팝플라이가 나뉘는 야구에서 윤영철의 공 움직임은 경쟁력이 있다.

11일 두산 타자들도 비슷했다. 패스트볼에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왔지만 정타가 잘 나오지 않았다. 타자들이 타격 후 아쉬움을 많이 표한 건 이와 이유가 있다. 이날 윤영철은 많은 안타를 맞는 와중에서도 평균 타구 속도는 134.2㎞로 잘 관리했다. 올 시즌 내내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10경기 이상에 나갔다는 측면에서 이제 이것을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다 실력이고, 윤영철의 재능이다.

포심의 무브먼트에서 연상케 하는 선수는 바로 구창모(NC)다. 수직무브먼트 50㎝ 이상, 수평무브먼트 25㎝ 이상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가장 근래의 영건 좌완 선발 중 하나가 바로 구창모였기 때문이다. 구창모의 패스트볼은 여기에 윤영철보다 평균 5㎞ 더 빠른 구속까지 동반되기에 당장은 윤영철이 범접하기 어려운 리그 최강의 구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윤영철은 아직 신인인 만큼 이는 향상될 여지가 있다.

▲ 윤영철은 2년 선배 이의리와는 또다른 매력의 공을 던진다 ⓒKIA타이거즈
▲ 윤영철의 구속이 평균 3km 정도만 더 좋아진다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 ⓒKIA타이거즈

여기에 체인지업의 움직임 또한 좋다. 윤영철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폼, 같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온다. 떨어지는 낙폭 자체가 특출난 건 아닌데, 역시 떨어지면서도 우타자 바깥쪽으로 크게 도망가는 수평무브먼트 수치가 확 눈에 들어온다. 체인지업에 자꾸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11일은 체인지업 상대 평균 타구 속도가 130㎞가 채 안 됐다. ‘레전드’ 박재홍 MBC스포츠 해설위원 또한 “전광판에는 135㎞가 찍히지만 타자들이 보는 구속은 다를 것이다.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영철의 구위는 단순한 구속이 아닌, 좋은 움직임과 변화구 및 코스와 조합에서 나온다.

두뇌도 비상하다. 핀포인트 제구력도 좋지만, 타자와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안다. 11일 두산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자 2회부터 투구 패턴을 확 바꿨다. 떨어지는 체인지업 대신, 과감한 패스트볼 승부에 높은 쪽 코스를 섞으면서 두산 타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 과정에서 맞는 것도 있었지만, 적어도 피해간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시원시원한 승부였고, 좋은 움직임이 동반된 공은 11일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좋은 '피처'가 등장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