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맞초치', 대통령실도 中 겨냥…긴장 높아지는 한중관계[정다운의 뉴스톡]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6.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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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체포동의안 투표에 이어 지금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건은 후쿠시마 오염수, 선관위 채용비리 등 다양한데요. 무엇보다 지난 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강성 발언 이후 살얼음판이 된 한중관계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안, 외교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죠. 지난 주 이 강성 발언 나온 후로 주말 사이에 양국이 각각 상대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상황까지 벌어졌잖아요. 지금 국회는 좀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외교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했다" 이렇게 말했고요.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한중간에 상호 존중을 강조하면서 싱하이밍 대사를 비판했습니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도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엔나 협약에 외교관은 접수국의 법령을 준수하고 내정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에도 주재국에도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이 사안을 두고 민주당이 그런 말을 하도록 중국에 멍석을 깔아줬다, 여당은 지금 이렇게 비판하고 있고, 야당은 아니다,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우리 국익을 위해서 협조할 방향을 찾아야 할 정도의 위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맞서고 있잖아요.

처음부터 한 번 찬찬히 짚어 주세요.

윤창원 기자


[기자]
지난 주 목요일에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가 만났습니다. 유튜브로 생중계도 됐는데, 싱 대사가 생각보다 굉장히 센 발언을 한 거예요.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그런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싱 대사는 북한에서 근무해서 한국어가 유창합니다.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는데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에 우리 외교부 장호진 1차관이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렀습니다. 이걸 초치라고 하죠.

외교부에 따르면 아주 엄중 경고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 또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하라며 모든 결과는 본인 책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진짜 경고네요. 그런데 우리가 처신을 하자, 중국도 똑같은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고요?

[기자]
네, 중국 외교부는 지난 토요일 오후 눙룽 부장조리, 즉 차관보가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서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강경한 뜻을 내포한 자오젠(召見), 즉 불러서 만난다는 말을 쓰지는 않았고요, 그 대신에 웨젠(約見), 그러니까 회동을 약속하고 만난다, 이런 말을 썼는데 뭐 이러나 저러나 불러서 항의했다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한중관계에 대해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한 뒤,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업무"라며 그 목적이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중한관계의 발전을 수호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 측이 현재 중한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 보고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면서 "중한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성실히 준수하고 중국과 함께 양국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앵커]
우리 대사관은 뭐라고 했대요?

[기자]
우리 대사관은 정 대사가 이 자리에서 싱하이밍 대사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을 기반으로 한중관계가 건강하고 성숙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한중 간 더욱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대사관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앵커]
양측이 한 치의 물러섬이 없네요. 초치에 맞초치… 이런 식으로 계속 항의가 오가는 이 패턴이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때도 나타났던 거잖아요?

[기자]
맞아요. 당시 윤 대통령이 국빈 방미 직전에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한다고 언급했는데요,

여기에 대해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부용치훼(不容置喙)'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서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게 외교적 언사 치고 상당히 무례한 얘깁니다.

그러자 우리 외교부도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맞받아치고 이번에 문제가 됐던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는데, 그러니까 외교 사령탑인 친강 외교부장이 "불장난을 하면 불타 죽는다(玩火者, 必自焚)"면서 또 대꾸를 했고요.

다만 이런 대립 국면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관심이 모두 거기 쏠리니까 유야무야 일단 넘어가긴 했는데, 이번에 재점화된 겁니다.

싱하이밍 주한대사, 정재호 주중대사(왼쪽부터). 연합뉴스


[앵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폭력적인 외교 행태를 두고 유명한 선전 영화 있지 않습니까, '전랑(戰狼)'. 늑대전사, 이 말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 지금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을까요?

[기자]
아까 말씀드린 4월에 사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4월 12일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광저우에 있는 우리나라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했는데, 당연하지만 최고 지도자의 행보니까 중국 관영 CCTV 같은 곳에서 대서특필이 되고 한국 기업 관계자들 인터뷰도 관영TV에 나왔어요.

중국은 최고 지도자의 체면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뭐 안 그런 나라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리고 또 비공식 접촉이 굉장히 흔해요. 그런데 최고 지도자가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까지 방문하는 성의를 보였는데 호응이 없다, 오히려 대만처럼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계속 언급한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분석이 나와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이상만 교수입니다.
"시진핑이 직접 광동성 광주의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갔단 말이야. 그건 어떤 시그널이냐면, '이렇게 내가 성의를 보이니까, 너네도 여기에 맞는 성의를 보여라'. 그러면 윤 대통령이 한 번 언질을 줬어야 될 거 아니야. 그거 없이 미국하고 그냥 막 일방으로 나가버린 거예요."

실제로 시점상으로 보면 시 주석이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뒤에 아까 언급했던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한중관계가 한바탕 곤혹을 치렀거든요.

또 그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나오는 등 한국이 미국과 더욱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한중국대사의 입으로 견제에 들어갔다는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고요.

중국 입장에선 나름 한중관계를 개선해 보자, 뭐 이런 생각 자체는 있었던 것 같아요.

[앵커]
개선이요? 어떤 시도 있었죠?

[기자]
거절당하긴 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초청했다고 합니다. 이건 정권 실세에 대한 일종의 비공식 접촉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사실 외교나 정보 계통에서 비공식 접촉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원래 외교는 51대 49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기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지는 쪽 체면도 차려 줘야 된다, 이건 외교가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으니 중국에서도 강경하게 나온 것이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데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데, 소통을 하려면 결국 어떤 물꼬, 계기가 있어야 하고 그걸 양측에서 서로 호응해야 가능합니다. 어떠한 계기가 있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앵커]
한미일 공조 강화하더라도 이런 외교적인 스탠스 취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여기까지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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