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미친놈’ 김선호 “더 이상 폐 끼치고 싶지 않아”[인터뷰]

최민지 기자 2023. 6. 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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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 박훈정 감독 ‘귀공자’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 역할
영화 <귀공자> 중 한 장면. 귀공자는 살인청부업자 ‘귀공자’를 연기한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신세계> <마녀>를 통해 박훈정 감독이 그려온 어둡고 잔혹한 세계와 가장 거리가 먼 얼굴의 배우가 있다면 김선호가 아닐까. ‘무해한 남성상’의 대표처럼 여겨져 온 배우 김선호가 박 감독의 신작 <귀공자>(21일 개봉)에서 킬러로 변신했다.

“첫 영화라 그런지 정신이 없어요. 지난 언론 시사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납니다. 정신 없이 보다 보니 끝나 있더라고요.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귀공자>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 김선호가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분 좋은 긴장 상태인 듯 보였다.

<귀공자>는 필리핀 빈민가에서 병든 어머니와 살아가는 ‘코피노’ 마르코(강태주)가 어머니 수술비 마련을 위해 한국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선호는 마르코의 뒤를 쫓는 킬러 ‘귀공자’ 역할을 맡았다.

킬러와 귀공자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를 김선호는 묘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만들었다. 귀공자는 언제나 스리 피스 슈트에 명품 구두를 신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 타깃을 처리하는 그는 그러나 ‘모양 빠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타깃을 향해 내달리다가 빗방울이 떨어지면 뜀박질을 멈추고 비를 피한다. 달리느라 망가진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넘긴다. 영화 속 유머 대부분은 이런 귀공자의 ‘갭’에서 나온다.

박훈정 감독이 “깔끔한 미친놈”이라고 소개한 독특한 캐릭터는 박 감독과 김선호의 ‘산책’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졌다.

“감독님과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저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했죠. 귀공자가 왜 마르코를 따라다니는지, 귀공자는 어떤 전사(前事)를 지닌 인물인지 물었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1초 만에 대답해 주셨어요. 시간이 갈수록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세계관에 푹 빠져든 것이죠.”

영화 <귀공자>로 돌아온 배우 김선호. 스튜디오앤뉴 제공

김선호는 <귀공자>를 통해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박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김선호는 “오랜 시간 합을 맞췄다. 감독님 기준에서 리얼한 것과 아닌 것이 있어서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일단 진행하고 이후 수정하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귀공자는 뛰는 모습 하나도 남들과는 달라요. 장난치듯 웃으면서, 힘들지 않은 척 뛰거든요. 그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웃으면서 뛰어보고 소리를 질러보며 뛰기도 했어요. 힘든 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바지 하나 찢어먹었더라고요(웃음).”

김선호는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했다. 2017년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스타트업>(2020), <갯마을 차차차>(2021)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21년 10월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정 출연하던 예능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는 <귀공자>의 크랭크인을 앞둔 때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선호 외에 대안이 없었다”며 캐스팅을 그대로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감독님께서 고민하는 모습을 제게 보이진 않으셨어요. 그저 ‘할 수 있냐’ 물으셨고 저는 ‘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고민이 많았다는 것은 나중에 들었어요. 감사한 일입니다.”

영화 <귀공자>에서 김선호는 쓰리 피스 수트, 구두 차림으로 액션을 소화한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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