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또 부결···민주당 ‘방탄’ 악순환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관여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결과로 해석된다. 돈 봉투 의혹 사건을 계기로 당내에서 제기됐던 쇄신 요구가 무색하게 민주당이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두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국회의원 총 293명이 참여했으며 윤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표는 139표, 이 의원 체포동의안 찬성표는 132표였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인 출석 의원 과반(147표 이상)에 각각 8표와 15표가 모자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이날 표결에 앞서 두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원 소속 총 119명 중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에서는 20여명 정도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모두 기권표가 한 자릿수였음을 감안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민주당은 두 의원이 탈당한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직전부터 표결 내용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야당을 겨냥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반감, 전방위적인 야당 수사에 소속 의원 누구든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검찰이 돈 봉투 의혹 관련 국회사무처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최강욱 민주당 의원 등을 압수수색을 하는 등 검·경이 야권 겨냥 수사 강도를 높여왔던 데 대한 반발이 있었다.
한 장관이 이날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밝히면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신다”고 한 말이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누가 돈 봉투를 받은 의원인지 검찰이 특정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표결 전에는 체포동의안 가결·부결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한 장관의 발언 때문에 찬·반 표결을 고민하던 의원들을 자극해 반대표 수가 늘어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부결을 유도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두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결과가 나오면서 온정주의가 작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코인) 투자를 계기로 당 쇄신 요구가 커진 뒤에도 당의 혁신 의지가 있느냐는 당 안팎의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거쳐 발표한 결의문에서 “민주당의 윤리 규범을 제1의 판단기준으로 삼겠다.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윤리 규범에는 청렴의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등이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권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각종 사법 문제에 ‘방탄’을 한다는 지적도 끊을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추가로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민주당이 사실상 부결을 선택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방탄 프레임이 굳건해질수록 이 대표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내 인사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당 일각에서 들어왔다. 이 대표가 주도해 출범을 준비하는 혁신기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강도 높은 혁신을 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임명 9시간 만에 낙마한 이후 당을 환골탈태시킬 대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대응이 적절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이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여론의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면서 그에 맞는 쇄신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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