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루드거 슈크네흐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 “전 세계 공공 부채, 최고치 도달…SOC 등 지출 효율화 필요”

이주형 기자 2023. 6. 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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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거 슈크네흐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독일 콘스탄츠대 경제학 박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 전 독일 재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세계적으로 공공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물가·금리 급등으로 재정 적자가 확대된 선진국들은 공공 부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해졌다.”

루드거 슈크네흐트(Ludger Schuknecht)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는 5월 25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곧 꺾일 것이라는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구조적 요인에 더해,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세계 여러 국가가 큰 임금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슈크네흐트 부총재는 공공 부채가 많은 대표적인 국가들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캐나다, 일본 등을 꼽았다. 이들 국가의 공공 부채는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었다. 일본은 공공 부채비율이 240%를 넘는다. 이 중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재정 적자가 전년 동기보다 212% 늘어난 4210억달러(약 555조1306억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공공 부채와 재정 적자가 각각 1069조원, 117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슈크네흐트 부총재는 “한국은 선진국 대비 부채 규모와 재정 적자 규모가 작아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 부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정부 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확장재정정책보다는 합리적인 조세제도 등으로 성장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크네흐트 부총재는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를 유지함으로써 국가의 성장·번영·안정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AIIB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 발전과 지역 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2016년 중국 주도로 베이징에 설립된 다자개발은행이다. 슈크네흐트 부총재는 AIIB의 창립 회원국이자 다섯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5월 24일 방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공공 부채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정부에서 부채가 많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공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다. 수십 년 동안 정부 지출이 수입을 뛰어넘은 결과다. 지난 10년간 낮은 이자율 덕분에 각국 정부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쉬웠고, 공공 부채를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한국의 부채는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양호한 편으로, 오히려 부채가 적은 국가에 속한다.”

슈크네흐트 부총재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책 ‘부채 지속 가능성: 글로벌 관점(Debt Sustainability: A Global Perspective)’에서 선진국들이 인구 고령화, 재정 불균형 등으로 부채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초까지 유지됐던 낮은 금리를 감안하면 임박한 문제는 없지만, 언젠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작년부터 물가·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세계의 부채 부담도 커질까.
“금리가 너무 많이 오르면 정부가 기존 부채와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부채에 대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정부가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을 시기가 아니다. 금리가 단기간에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되고, 정부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곧 꺾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던 요인이었던 에너지 가격, 식료품 가격 등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는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구조적 요인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대표적이다. 또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많은 국가가 과거보다 더 큰 임금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공공 부채를 줄여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여기서 차별화가 필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 특히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공공 부채가 매우 많다. 미국을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와 캐나다, 일본 등은 공공 부채가 GDP의 100%를 넘는다. 이런 선진국 중 재정 적자도 큰 국가들은 재정 적자를 개선하고, 부채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재는 확장재정정책을 사용하지 말고, 공공 부채의 중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떻게 공공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그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이 지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공공 지출이 GDP의 40%를 넘어서거나 심지어는 50%를 초과하고 있다. 효율적인 지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한국, 스위스, 아일랜드,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 지출이 GDP의 35% 미만이어도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SOC 등에 대한 공공 지출이 중요하다. 인구 고령화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사회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교육 시스템이 숙련된 인재를 양성하고 보건 시스템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닌, 좋은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출이 적을수록 재원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공공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와 대중의 신뢰가 유지되면 금리가 너무 오르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과 기업에 안정적이고 성장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건전한 재정, 질 높은 공공서비스, 합리적인 조세제도 등을 갖춘다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높은 신뢰도가 성장·번영·안정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좋은 게임의 규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 경제는 공공 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인가.
“비교적 그렇다고 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내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재정 적자 규모가 작고, 부채도 적은 편이다. 물론 특수한 위치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두 그런 정도의 리스크는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방한 목적은.
“이번 방문의 목적은 AIIB의 대표로서 한국 정부가 우리 은행의 업무에 참여해 주는 것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국제 개방과 다자주의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인 지지가 한국의 성장을 촉진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의 경제 발전을 돕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다자개발은행의 일원이기 때문에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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