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국내 인슈어테크 1위 기업 아이지넷 김지태 대표 | “AI 보험 플랫폼, 중개액 3000억원…보험 분석 넘어 상품 추천까지”

김수정 조선비즈 기자 2023. 6. 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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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 아이지넷 대표 조지워싱턴대 금융학 사진 아이지넷

“밤을 새워 가며 각 보험사 공시실에 있는 보험 약관을 하나하나 수집해 분류했다. 판매된 지 오래돼 공시가 없는 보험 약관도 직접 모아야 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은 까다로웠지만, 기존 보험사나 설계사보다 앞선 정보를 제공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 약관을 직접 꼼꼼히 읽어봐야 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데이터로 만든 약관이 30만 건에 이른다.”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난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는 창업 후 8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직원들과 함께 보험사의 신규 상품 약관을 수집·분석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십만 개의 보험 상품 데이터는 보험 업계 후발 주자인 아이지넷이 지금껏 살아남아 국내 보험 정보 기술인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분야 1위로 성장하는 자산이 됐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아이지넷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진단·추천 엔진을 개발해 인공지능(AI) 보험 진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보닥(보험 닥터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하고 있다.

보닥은 구글플레이의 보험 정보 기술 인슈어테크 분야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만 1600억원을 중개하며 2019년 출시 후 3년 만에 월간 중개액이 3000% 넘게 성장했다. 현재 보닥의 누적 중개액은 3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80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1989년생으로 창업 당시 나이는 25세에 불과했다.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보험대리점(GA)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손잡고 아이지넷을 설립했다. 대표적인 ‘레드오션’인 보험 시장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아이지넷이 운영하는 보닥은 기존 보험사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보닥은 AI 기술을 활용, 고객에게 상황에 맞는 보험 정보를 가장 손쉽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 정보와 소비자 정보가 수집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가족력이 있는지, 최근 의사 소견을 받은 내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데이터로 저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축적해 온 보험사의 상품 약관을 적용해 고객에게 특정 보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해 추천한다. 고객이 해지해야 할 보험과 유지할 보험도 찾아준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선택지가 많았을 것 같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대부분은 한국이나 미국 금융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겠지만, 언젠가 창업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성격 탓이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창업에 도전한 사람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문제가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창업 관련 활동을 이어왔고 언젠가 창업할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어떤 업종의 회사를 만들 것인지 선택지가 많았을 것 같다. 인슈어테크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창업에 뛰어든 2014년은 보험 정보 기술이라는 인슈어테크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였다. 인슈어테크라는 산업을 알고 창업했다기보다 보험 분야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공동 창업자인 아버지가 당시 GA를 운영하고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보험은 GA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를 통해 사람 대 사람으로 가입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보험 상품 정보는 한계가 있어 개인이 상품을 판단·비교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왜 보험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이 발생하는 것이지?’라는 의구심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보험 산업은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창업 초기 진입 장벽은 없었나.
“창업 초창기에는 보험 산업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든 새로운 기업이 기존 산업에 침투하기는 어렵다. 다만 보험업권의 경우 보수적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업무 권역과 비교하면 그렇지도 않다. 대표적으로 의료계나 법조계는 스타트업 진출이 더 어렵다. 또 창업 초창기 혁신만을 외치지 않았다.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에 진출할 때 혁신만 외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협업을 통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창업 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창업 초기 3만 건이 넘는 보험 상품의 약관을 사람이 직접 모두 들여다보고 자료화했다. 어떤 경우에는 사업 방법서를 봐야 할 때도 있었다. 고객에게 정확한 보험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약관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약관에 숨겨진 내용까지 알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자료화해야 했다. 가령 일반 계약에서 종양에 대해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약관을 살펴보면 경계성 종양에 대해서는 3분의 1만 보장하는 경우가 있다. 창업 초기 나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 네 명이 밤을 새우며 이 과정에 참여했다. 그때 모두가 노력한 덕분에 정제된 약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이지넷의 경쟁력이 됐다.”

창업 후 9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을 텐데.
“위기가 아니었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매 순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사업인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뭐가 어려웠다고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다만 초기보다 지금 나아진 것은 문제를 대하는 태도다. 채용·인사·개발·영업 등 모든 분야에서 매 순간 문제가 발생하지만, ‘맷집’이 세졌다. 심지어 문제가 해결돼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항상 긴장을 놓지 않는다.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기본으로 갖는 게 기업인으로서 건강한 자세라고 생각한다(최근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다).”

아이지넷 보닥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아이지넷은 고객에게 보험 분석에서 나아가 보험 진단을 제공한다. 대부분 보험 추천 플랫폼은 고객 정보와 보험 정보를 통해 분석 서비스만 하고 있다. 수치화한 정보를 분석해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반면 진단은 분석을 바탕으로 판단을 제공한다. 가령 고객이 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분석이지만, 그렇기에 A 보험을 해지하고 B 보험에 가입하라고 추천하는 것은 진단이다. 이렇듯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B2B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슈어테크 사업에는 단계가 있다. 우선 상품과 고객 등 B2C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사에 고객 데이터와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데이터의 정확도가 높아졌는데, 보닥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회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도 현재 시장 조사 단계에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보험 업종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모바일과 친숙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아이지넷
본사 서울 송파구
대표 김창균·김지태
설립 연도 2014년
사업 AI 기반 보험 진단, 인슈어테크
매출액 100억원(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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