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영의 브랜드 & 트렌드 <35>] “일상에서도 사람을 귀하게” 브이디컴퍼니의 브랜드 목적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2023. 6.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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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뉴스1

2017년 일본 교토의 미야코 택시가 ‘침묵 서비스’를 도입했다. 택시 안에는 ‘운전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 조용한 차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친근감으로 포장된 무례함을 사전에 차단, 승객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정책이다. 침묵 쇼핑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침묵 쇼핑’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서비스는 일본에서 먼저 등장했다.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정보를 듣는 대신 고객이 자신만의 시간을 귀하게 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현 부산 도시브랜드 총괄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브랜드팀장

비대면의 시대, 언택트 마케팅

거래 현장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서비스,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 시대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도, 패스트푸드 점포의 키오스크(무인 결제기)도, 대형 유통 매장의 쇼핑 도우미 로봇도 언택트 마케팅이다. 언택트 기술에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는 소비자 집단은 이미 등장했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은 편의점에도 무인 계산 점포를 도입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해서다. 인건비는 어쨌든 올라가게 돼 있다. 1957년부터 1971년까지 매해 100만 명 이상 태어났던 우리나라지만,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25만 명에 불과했다. 50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니 접점에서 일할 젊은 사람은 갈수록 부족할 것이고 최저임금은 올라야만 한다. 언택트 마케팅은 인력 수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대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거기에 기계의 장점인 ‘균질적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기계는 고객을 차별하지 못한다. 또 모든 거래가 데이터로 남게 된다는 것도 이점이다. 기업이 마다할 이유는 별로 없다.

브이디컴퍼니가 출시한 상업용 로봇들. 사진 브이디컴퍼니

로봇과 생력화

‘생력화(省力化)’는 노동력을 줄이자는 것이다. 1980·90년대 많이 쓰인 용어다. 기업이 종업원을 줄이는 대신 기계화나 자동화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대량생산 현장에 적용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건비가 소요되는 중소 규모 생산 부문은 물론 사무나 서비스 부문에도 생력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그래서 생력화는 종업원 입장에선 ‘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생력화에서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비스 로봇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서비스 로봇은 산업 자동화 부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인간을 위해 유용한 일을 수행하는 로봇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비대면 서비스와 언택트 마케팅의 일반화라는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서비스 로봇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집 안에 있는 로봇 청소기를 떠올리면 된다. 서비스 로봇 중에 가장 눈에 자주 띄는 것은 ‘서빙 로봇’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사용한 식기를 가지러 오는 그런 로봇을 말한다. 서빙 로봇에 대한 수요 또한 생력화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장기 저성장 시대, 소비 심리는 위축되는데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인력난까지 겪고 있는 외식업 사장들이 자연스럽게 ‘자동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서빙 로봇 일인자, 브이디컴퍼니

서빙 로봇 시장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은 브이디컴퍼니다. 브이디컴퍼니는 2019년 창업 이래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2년 말 기준으로 전국 2000여 개 업장에 3000여 대의 서빙 로봇을 공급 중이다. ‘서빙 로봇’ 외에도 매장 자동화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해 외식 업계의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을 선도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가진 기업이다. 하지만 원대한 비전만으로 사업이 커지지는 않는다. ‘돈 버는 사장님 솔루션’이라는 직관적인 세일즈 슬로건이 식당 사장들에게 오히려 더 먹혔다.

국내 외식 업체는 70만 개인데 보급된 서빙 로봇은 1위 기업이라고 해도 3000여 대에 불과하다. 무인화와 자동화 그리고 비대면 서비스가 시대의 트렌드가 돼 감에도 예상보다 서빙 로봇 보급이 더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당장의 가격 부담도 한 요인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구독이나 렌털 서비스로 초기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보급률이 높아지면 자연히 단가도 낮아질 것이다. 서빙 로봇의 보급에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생력화에 대한 종업원의 공포다. 서빙 로봇이 들어오면 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종업원의 두려움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종업원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장일수록 눈치를 더 보게 된다. ‘돈 버는 사장님 솔루션’이란 슬로건은 구매 결정자인 사장에게는 매력적이지만, 같이 일하는 종업원에겐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브이디컴퍼니의 브랜드 전략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서빙 로봇 그리고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이디컴퍼니의 브랜드 목적을 재설정해야 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깊고 넓게 설정해야 그렇게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브이디컴퍼니는 고객을 넓게 보는 것으로 접근했다. 1차 고객은 당연히 외식업 사장들이다. 2차 고객은 로봇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종업원이다. 그리고 로봇의 서빙을 받는 손님도 2차 고객이다. 사장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약속 말고 2차 고객에게는 무엇이 더 좋아질 것인가를 고민했다. 종업원에게는 노동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음이 전달돼야 했다. 냉면 6그릇을 테이블에 가져다주느라 힘이 빠져서 손님의 표정을 읽지 못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했다. 서빙 로봇이 있으면, 그런 일은 로봇에 맡기고 손님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서빙 로봇을 이미 도입한 매장에서 종종 발견되는 현상이다. 사람이 이전보다 소중하게 쓰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손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시간과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메뉴를 결정할 때나 주문할 때 불필요한 거래나 흥정 없이 그리고 종업원들로부터는 이전보다는 좀 더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 인식 아래에서 내재적인 헤리티지(heritage·유산)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합해 브이디컴퍼니의 브랜드 목적이 도출됐다. 두 가지를 통합한 브이디컴퍼니의 브랜드 목적은 ‘자영업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을 높인다’ ‘자영업의 인식을 개선하는 새로운 경험을 창출한다’ ‘기술 서비스로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높인다’ 등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두를 통합해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사람을 귀하게 한다’가 브랜드 목적으로 결정됐다.

1차 고객인 사장들에겐 매장 운영을 하며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결하는 존재가 되겠다는 것이다. 2차 고객인 종업원에게는 업무 여건의 개선으로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손님에겐 조금 더 세심히 배려받는 즐거움을 주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이 귀하게 여겨진다는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브이디컴퍼니는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인간 노동의 존엄한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로봇이란 무생물 기계를 비즈니스의 소재로 삼았으나 오히려 인간적인 브랜드가 되겠다고 결심한 브이디컴퍼니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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