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헌법에 없는 특권, 정치 현수막

여론독자부 2023. 6. 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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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두 가지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나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다.

'현수막을 마음대로 걸 수 있는 특권'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난과 혐오로 가득한 현수막이 정치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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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서울경제]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두 가지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나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다. 또 하나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이다.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보장해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특권을 악용해 ‘방탄국회’를 소집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 때문에 폐지론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의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비겁하게 구시대적 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대부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대신 비겁함을 택했다.

그런데 최근 헌법 개정도 없이 특권이 하나 더 생겼다. ‘현수막을 마음대로 걸 수 있는 특권’이다.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광고물을 표시·설치하는 경우에는 허가·신고 및 금지·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지난해 6월 의원들이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이완용의 부활인가’ ‘이게 나라입니까’ ‘법 앞의 평등, ○○은 예외?’ ‘총체적 남국, ◇◇당’ 개정 이후 각 정당들이 내놓은 해답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관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정당이나 의원들은 다른 사람이나 정당을 비난하는 것을 정강이나 정책으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만일 국민들이 내걸었다면 분명히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됐을 것이다.

의원들이 특권을 가지게 되면서 반대로 시민들은 희생양이 됐다. 넘쳐나는 현수막으로 인해 눈 둘 곳을 찾지 못하게 됐다. 현수막 때문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개정법 시행 이후 전국에서 10여 명의 시민이 현수막으로 인해 다쳤다.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울상이다. 간판을 가리는 현수막 때문에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에게는 단순한 정치 구호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난과 혐오로 가득한 현수막이 정치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칭찬은 칭찬으로 돌아오지만, 비난은 더 큰 비난으로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정치 현수막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은 불행하게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만일 합리적인 존재였다면 법이나 규범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법이라는 규범을 만들어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옥외광고물법’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용이나 횟수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정치 현수막으로 인해 짧은 기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제 시민들을 위해 정치권이 용기를 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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