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디커플링은 과연 가능한가

2023. 6.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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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과 패권 경쟁 중에도
자국 기업의 中 사업엔 눈감아
마이크론의 잃어버린 매출을
한국 기업이 대체 말라고 압박
中 기업만 반도체 수요 흡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통신, 배터리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자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화해 이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강력한 디커플링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물경제 흐름은 이와 다르다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수출과 수입을 합친 미국과 중국 간 교역액은 6906억달러(약 87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디커플링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8년의 661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이며 2021년과 비교했을 때도 5.0% 증가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산업·무역·금융 등 경제 전반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 의존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냉전으로 불리는 작금의 미·중 패권 다툼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때와는 상황이나 갈등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당시에는 양 진영 간 공급망의 구분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이중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의 중국 방문이다. 머스크는 딩쉐샹 부총리 등 중국 고위 지도자들을 만나 "테슬라는 공급망 디커플링에 반대하며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배터리 1위 기업 CATL의 쩡위췬 회장과 만나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합작으로 짓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전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또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를 만나 "해외 기업이 상하이에 투자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JP모건이 하겠다"고 발언했으며,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도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 9000개 매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중 패권 경쟁 중에도 자국 기업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판매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작했음에도 머스크의 투자 메시지에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이 우리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는 중국 정부 제재로 제품 판매가 금지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반도체 점유율을 한국 기업이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디커플링을 목적으로 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문제였다면 마이크론의 반도체 수출도 금지했어야 했다. 마이크론이 수출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 대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수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는 불공정하다. 이는 동맹국에 대한 처우도 아니며, 자유무역에 대한 침해이며,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과거 냉전 시기 한국은 자유주의 진영의 충실한 동맹이었으며, 이러한 역할로 경제 발전에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이중적인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 요청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무엇일지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한한령 등으로 중국 수출에서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 정부처럼 우리 기업의 이익을 통상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외교 활동을 해야 한다.

[홍정민 국회의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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