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다섯 번째 이야기[출판 숏평]

기자 2023. 6.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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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 지음 / 미디어샘)

‘편집자의 사생활’ 표지



해야 하는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직업은 가져야만 하는 것, 직장은 잃어선 안 되는 것. 일과 나 사이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당당히 승리한 편집자 고우리는 여느 신입사원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고마운 일에는 고맙다고 하고, 죄송한 일에는 죄송하다고 한다”는 딱 이만큼의 진심으로 1인 출판사의 대표가 됐다.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인간적인 이 이야기들은 그녀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일을 사랑하며 내일을 살아가는 그녀의 사생활은 오늘날 직장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김정빈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김정빈



■우리집(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 김문광 옮김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우리집’ 표지



문명이 배설한 쓰레기가 삶의 터전이 돼 버린 우울한 동네의 박장대소. 가출, 폭력, 마약, 매춘…. 누군가의 추천사처럼 ‘삶의 추함과 존엄을 모두 담은’ 극빈층 어촌마을의 하루하루를 해학 넘치게 그려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옴짝달싹할 수 없는 불행이 매일같이 온몸을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곳곳에 반짝인다. 최근 밝혀진 저자 사이바라 리에코의 극우 혐한, 친딸 학대 논란까지도 이야기의 연장인 듯 경멸스럽고 흥미롭다. (박소진 / 문화평론가, 웹소설작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언마스크드(폴 홀스 구술 / 로빈 개비 피셔 정리 / 황소자리)

‘언마스크드’ 표지



40년 간 미국을 공포로 물들인 연쇄살인마에게 평온한 일상을 빼앗긴 피해자와 가족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CSI 수사관 폴 홀스는 그들의 평안을 위해 기꺼이 범인을 찾아 심연으로 뛰어든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그를 진범에게로 이끈 나침반은 단 한 문장이다. “언제나 내일은 온다.”

오늘은 아닐지라도, 집념 어린 사명감과 과학 기술의 발전이 있는 한 반드시 범인은 잡힌다. 그 명료한 진리를 홀스는 27년에 걸친 끈질긴 추격 끝에 진범을 체포해 증명해 냈다. 그렇기에 이 기록은 지난한 세월 고통받은 미제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진혼곡이자 범죄자들에게 울리는 사이렌이다. 그가 말했듯이 언제나 내일은 오고야 말기에…. (황예린 / 출판칼럼니스트,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황예린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정성헌·전범선 지음 / 산현글방)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표지


우리는 기후와 환경 그리고 생태에 위기라는 짐을 떠넘긴 비극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가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고 또 성장한다고 한들, 우리 지구와 동행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류의 시대’ 이래 지구가 받은 상처들은 멈추지 않고 곪아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에는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길을 가야 한다고 외치는 두 사람의 동행이 기록돼 있다. 생명운동에 앞장서는 공동체의 힘을 생생한 체험으로 풀어냈기 때문일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들의 연대가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진다는 두 사람의 대담은 막연한 낙관이 아닌 근거 있는 믿음으로 읽힌다. ‘아직’이라는 말 위에는 희망과 불안이 함께 서 있다. 어디로 기우느냐는 우리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다.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김현구



■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 지음 / 미디어샘)

편집자의 사생활



“평행하는 선들은 결국 만난다.”

바이러스처럼 침투해선 머릿속을 마구 엉클어 놓는 문장들이 있다. 읽는 사람을 순식간에 궁리로 내모는 기이한 글귀. 수학자가 본다면 질겁을 하겠다. 그의 명함에 적혀 있던 문장은 얼핏 말장난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각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할 때마다 이 짧은 문장의 의미는 변했고, 변했으며, 또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 마름모!’ 하며 손뼉을 쳤다. 똑같은 간격으로 평행하는 선 두 쌍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달려오다 만나면, 그렇다! ‘네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특별한 도형’ 마름모가 만들어진다. 마름모처럼 철저하고 감동적인 균형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도 마름모다. 책 만드는 고우리와 글 쓰는 고우리, 평행하던 그 둘이 결국 만났으니까 말이다. 가벼운 농담 같은 말투지만, 맹렬한 위트와 격렬한 사유를 똑같은 변의 길이로 담고 있는 책이다. (김성신 / 출판평론가)

김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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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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