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가교 역할 적절치 않으면 양국 이익 해쳐”···싱하이밍 직격

유정인·문광호 기자 2023. 6. 12. 17: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총리 “외교관으로 대단히 부적절 행동”
김기현 대표 “주한대사로 자격이 없다”
중국 외교부 “각계 접촉이 싱 대사 직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12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 논란 등을 두고 “가교의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싱 대사의 직무를 들어 반박했다. 한·중간 외교 설전의 주체가 대통령실까지 확장되면서 양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싱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미국 중심 대외 정책을 공개비판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도 입장을 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특별히 추가할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외교관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 41조는 외교관이 주재국 법령을 존중하고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들어 싱 대사 발언을 내정 간섭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사가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는 목적이 아니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 같은 언사를 하는 것은 정말 외교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미·중 패권 경쟁을 두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배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확대에는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탈중국화 시도를 중요한 원인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미·중간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고 미국 밀착 행보를 편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를 두고 한국 외교부의 싱 대사 초치, 중국 외교부의 정재호 주중대사 웨젠(항의를 전하는 중국 외교 관례로 한국의 초치에 해당)이 잇따라 이뤄지며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국 당국은 싱 대사의 ‘가교 역할’이 적절치 않았다는 대통령실 비판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며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외교부 “싱하이밍 대사 각계 접촉 목적은 중·한관계 발전”…대통령실 비판 반박
     https://news.khan.kr/d8Fq

여당은 싱 대사 발언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면서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싱 대사의 오만한 언행은 한·중 우호 협력 관계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뿐으로써 주한대사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싱 대사의 발언이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나온 점을 들어 “(이 대표는) 중국 공산당 한국지부 지부장인지, 제1 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기 바란다”고 야당에도 화살을 돌렸다.

한 총리는 이날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하여튼 무엇보다도 싱 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 즉답하지 않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