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무대가 필요한 K-클래식

2023. 6.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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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벽에 브뤼셀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22세의 젊은 바리톤 김태한이 세계적인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 첫 사례이며 심지어 결승 진출 12명 중 최연소 참가자였다고 한다.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젊은 성악가가 이룬 쾌거이기에 매우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할 만하다.

이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아주 큰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자들이 많다. 최근에는 여러 매체와 콘텐츠를 통해 'K-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지만, 이것이 비단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성악가들이 많았으며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활약할 뿐 아니라 현재 극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성악가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는 기질도 기질이지만, 타고난 목소리가 소위 오페라의 본고장이라고 말하는 이탈리아의 성악가 못지않다. 이렇게 좋은 재목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이 실력을 펼칠 만한 무대가 과연 이 나라에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을까?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간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상상보다 적다.

큰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을 한들, 성악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에 이르기까지 그 길을 계속 이어 가기보다는 '팬텀싱어'나 '트로트', 뮤지컬 등 다른 길을 택하는 성악가들이 꽤 많이 생겼다. 매체에 얼굴을 비치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전공자들이 많은 것은 각자의 삶에 있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반대로 보자면 그만큼 성악가가 활발히 활동하고 성악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김태한 바리톤처럼 훌륭한 성악가가 많은 이 나라에서 정작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는 현재. 우리는 과연 'K-클래식'이라며 그 명목을 유지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러한 성악가들의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기 위해 오디션을 통한 캐스팅 등 많은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 밖에도 더 많은 무대가 필요하다. 성악가가 활동할 수 있는 기존 오페라를 꾸준히 올리는 한편, 창작 오페라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스타'같이 오페라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인재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작품과 연결시키는 것 또한 방법일 듯 하다.

'K-드라마' 'K-POP' 그다음은 'K-클래식'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세계의 시선만 보아도 국내 예술가들에게 집중되는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동시간대 지구 반대편에서도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쉽게 공유되는 현시대, 우리의 훌륭한 예술적 인재들이 활약하고 세상에 실력을 알릴 만한 무대는, 만들고자 하면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에 더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으며, 관객들은 클래식과 국내 인재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때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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