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난치암 정복의 역사 만들 것"
-국가에 공헌한 환자 대상 초청 치료도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연세대학교 의료원(이하 연세의료원)이 12일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신현영, 이수진 국회의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이영훈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등 외빈과 허동수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 서승환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 의료원장 등 연세대학교와 연세의료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윤동섭 의료원장의 건립보고를 시작으로 허동수 이사장의 봉헌사, 서승환 총장의 축사 후 테이프 커팅식이 이어졌다. 연세의료원은 이번 개소를 기념하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처, 경찰청, 소방청 등에 근무 중인 또는 퇴임한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초청 치료도 진행 중이다. 각 기관에서 추천한 환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며 중입자치료 비용은 물론 검사와 진료 비용 모두를 지원한다.
4월 28일 첫 환자 치료로 시작을 알린 중입자치료센터는 지금까지 총 10명의 환자 치료를 마쳤다. 모두 전립선암 환자다. 전립선암 환자는 총 3주간 12회 조사를 받는다. 1호 외국 환자 치료도 끝냈다. 50대 러시아 환자로 전립선암 1기였다. 환자는 러시아에서 이후 상태에 관한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난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라는 큰 치료 옵션을 갖춘 만큼 암 정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가에 큰 공헌을 한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초청 치료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료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는 국내 병원이 현재 운용 중인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중입자의 특성으로 암세포가 받는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수한 치료효과 외에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그만큼 강하다. 강한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재 치료 적용 중인 암종은 전립선암이다. 중입자치료 경험이 가장 풍부한 일본에서는 중입자치료 환자 중 약 25~30% 정도가 전립선암 환자다. 또 일본에서 중입자치료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두 번째 암종일 정도로 치료 효과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국소 전립선암에서 치료 효과를 지표 중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생화학적 무재발률이다. 생화학적 재발은 혈액검사에서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수치가 최저치보다 2ng/ml 이상 상승한 상태다.
저위험군 전립선암에서 생화학적 무재발률은 중입자, X-선 치료 모두가 비슷한 성적을 보이지만 중등도 이상의 위험군에서부터 중입자치료가 우수한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립선암세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중입자치료의 5년 생화학적 무재발률이 일관적으로 90% 이상으로 보고되는 등 우수한 치료 결과를 보이고 있다.
또 전립선암 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부작용인 혈변 등은 물론 빈뇨·절박뇨·혈뇨 등 비뇨기계 부작용 발생률이 낮아서 안전한 치료라는 것이 여러 문헌에서 밝혀졌다.
최진섭 연세암병원장은 “중입자치료는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평균 치료 횟수를 낮출 수 있던 비결이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
회전형 치료기를 2대를 선보이는 것은 연세의료원이 최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며 회전형이 들어간 곳은 일본 2곳, 독일 1곳이다. 3곳도 회전형은 1대씩 보유 중이다. 회전형은 방사선을 암 부위에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설정하여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치료 효과는 높이는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연세의료원 회전형 치료기에 사용되는 갠트리 시스템은 기존 치료기에 비해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볍다. 크기는 일본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병원) 갠트리에 60% 정도다. 크기가 작은 만큼 빠른 회전이 가능해 치료 시간이 줄어든다.
또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호흡 동조 치료란 중입자 조사 시에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서 방사선 조사의 정확도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 원에 달한다. 연세의료원측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함으로써 국내 난치성 암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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