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문화재 반환 윤리의 상향 평준화
약탈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은 오랫동안 해법이 요원했다. 약탈 행위를 증명하는 게 어려운 데다 나라마다 복잡다단한 역사적 맥락 때문에 문화재 소유권이 모호할 때가 많아서다.
게다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문화재 약탈로부터 누구 하나 깨끗하지 않아 아무도 문제 삼지 않게 된다. 약탈국 간에 반윤리적 담합이 발생한다. 그동안 윤리의 하향 평준화가 반복돼온 것이다.
그래서 약탈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반환하려는 최근 국제사회 분위기는 환영할 만하다. 문화재 반환 윤리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해질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어서다. 물론 문화재 반환 흐름에 불순해 보이는 저의는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나 중부 유럽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키우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약탈국이 문화재를 뺏긴 나라들과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화재 반환 흐름은 윤리적 책임을 환기한다. 약탈국의 문화재 반환은 같은 처지의 다른 국가에 압박을 준다. 1970년 체결된 '유네스코 협약'은 불법 반·출입된 문화재를 반환하도록 규정했다. 강제성은 크지 않지만 적어도 불법 취득 문화재는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산시켰다.
문화재 반환의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첫걸음은 국가 간 현지 공동 연구다. 어떤 조직이 상향 평준화되려면 구성원 간 건전한 경쟁과 자극이 전제돼야 한다고들 한다. 또 이를 위해선 구성원들이 경쟁과 자극에 대한 대화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으며 즐겨야 한다. 동료 압박(Peer Pressure)으로 구성원은 자연스레 조직에 동화된다.
최근 인터뷰한 동유럽에서 한국 문화재를 찾는 남종석 문화유산회복재단 폴란드지부장과 남지은 연구원의 활동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들이 포함된 문화유산회복재단은 한국과 폴란드 공동 연구로 700점 이상의 한국 문화재를 확인했다. 보도가 나온 후 문화재청은 현지 연구를 위해 유럽 거점 사무소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재 반환 윤리의 상향 평준화가 시작된 거라고 보고 싶다.
[이효석 오피니언부 thehy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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