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30초 정도면 통증 없이 ‘꿈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개소

권대익 2023. 6.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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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이 12일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를 위한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중입자치료센터 지하 4층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중입자치료기에서 빔이 나가는 시간은 길어야 2분 30초 정도이고 환자가 겪는 통증도 없습니다. 환자 자세 체크 등 준비 시간을 합쳐도 20분 정도면 치료를 모두 마칩니다.”

연세의료원이 12일 국내 최초로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를 위한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전 세계 16번째 중입자 치료 시설이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에 사용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해 암세포만 정밀 파괴하는 치료 기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효과(생물학적 효과, 세포 살상 능력)가 2~3배 높기에 난치암 극복을 위한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린다.

기존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는 X선은 몸 속 암세포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므로 정상 세포가 손상됐지만, 중입자는 목표한 암 조직에만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하기에 그만큼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 중입자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입자 치료는 가속된 입자는 특정 지점(암세포)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사라지므로 암세포에만 강한 충격을 주고 정상 세포 손상이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치료하기 위해 따로 입원할 필요가 없고 부작용도 적다.

중입자치료기는 현재까지 일본ㆍ독일ㆍ이탈리아ㆍ중국ㆍ오스트리아ㆍ대만 등 6개 국 10여 개 시설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3,000억 원을 들여 연세의료원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는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설치됐으면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고정형은 빔이 한 곳에서 쬐는 반면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照射)하므로 어느 방향에서도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중입자치료센터는 지하 5층, 지상 7층의 연면적 3만3,000㎡(9,960평) 규모로, 중입자치료기는 지하 2층~지하 4층에 위치하고 있다. 공사는 2018년 7월부터 시작돼 1년 3개월간 토목 공사와 2년 2개월의 건축 공사 후 1년 7개월간 장비 설치를 마쳐 4년3개월만인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이후 장비 설치와 시험 가동을 거쳐 지난 4월 28일 국내 최초의 전립선암 환자의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 첫 치료를 받은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는 "치료를 시작한지 몇 분 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중입자 치료가 끝났다고 해 놀랐고 통증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연세의료원의 전립선암 대상 중입자 치료 비용은 5,000만~5,500만 원 선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중입자치료기를 개발한 일본에선 건강보험이 적용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모두 10명의 전립선암 환자가 3주간 12회에 걸치는 치료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외국 환자 치료도 끝냈다. 50대 러시아 환자로 전립선암 1기였다. 환자는 러시아에서 이후 상태에 관한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연세의료원 측은 매년 1,200명의 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채선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중입자치료기는 기존 방사선 치료에서 치료 효과가 낮은 간ㆍ췌장ㆍ폐ㆍ골육종 등 난치 암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 과정과 치료 후 환자 삶의 질이 기존 방사선 치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차세대 방사선 치료 장비”라고 했다.

윤동선 연세대의료원장은 “고정빔 치료실 외에 회전형 치료실 2개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에 모두 가동한다면 중입자치료센터는 대한민국 의료기관에 도입된 단일 장비로서는 역대 최고가 치료 시스템이 될 것이며, 세계 의료시장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12일 열린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식에서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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