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 한우물 SK바이오팜…흑자전환 청신호 켜졌다

20년 개발한 '세노바메이트'
경쟁사 특허만료로 반사이익
美서 1분기 539억 매출 기록
출시 이후 12분기째 상승세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의 올해 말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년 이상 자체 신약 개발에 투자해 상품화에 성공한 데 이어 수익성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3월 뇌전증 시장점유율 1위였던 UCB사의 빔팻의 특허 만료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데다, 미국 시장에서 12개월 연속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는 2000년대 초 후보물질 발굴부터 2019년 11월 FDA(미국 식품의약청) 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뇌전증 치료제다. SK바이오팜이 올해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려면 미국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확대가 중요한데, 2020년 5월 미국에 처음 출시한 후 12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빔펫은 2021년 글로벌 매출이 17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뇌전증 치료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UCB의 시장 규모가 크지만 특허만료로 기존 빔펫 복용자들이 빔펫 제네릭(복제약)으로 처방을 전환하고 있고 그밖에 다른 뇌전증 약이 많아 뚜렷하게 시장을 선도하는 치료제가 없다"고 밝혔다. 뇌전증 치료제는 UCB, 노바티스, 화이자 등 24곳의 제약사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빔펫 오리지널 제제를 복용하던 미국 뇌전중 환자들은 빔펫이 특허 만료된 시점 이후로 처방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SK바이오팜에 긍정적인 점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 5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뇌전증은 과거 간질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특별한 원인이 없는 발작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인구 1000명당 5~10명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년 240만 건의 새로운 간질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전체 뇌전증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직판 체계를 구축했다.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아닌 직판 방식을 취함으로써 제품 수익을 100%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게 SK바이오팜의 설명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전신 발작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투약 가능 연령층을 성인에서 청소년까지 확대하기 위한 다국가 임상을 진행 중이고, 국내에선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영업·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영업 동기부여를 위해 영업사원 대상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뇌전증 전문의에서 일반 신경전문의로 대상을 넓히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5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데 이어 유럽에서는 2021년 3월 승인을 받고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에선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1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는 세계 각국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연구가 이뤄진 경우가 많다. SK바이오팜도 2018~2019년 정부에서 2년 연속 1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다.

또 자체적으로 R&D에 매년 1000억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R&D 투자는 1230억원으로, 매출의 절반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SK바이오팜은 희귀 소아 뇌전증 치료제인 '카리스바메이트' 임상 3상, 차세대 뇌전증 신약 'SKL24741' 임상 1상, 표적 항암 신약 'SKL27969' 임상 1/2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의 해외 진출 확대 계획에 대해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