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자민당 지지율, 방위비 대립에…일본 중의원 조기해산론 부상
일본에서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론이 부상하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10일 남겨두고 방위비 증액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대해 여야가 대립하면서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 발의를 검토하자 집권 자민당은 중의원 해산을 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오는 21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자민당 등 여당이 추진하는 방위재원 확보 법안을 막기 위해 내각 불신임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방위비 증액 재원 확보 법안은 방위력 강화 재원을 위해 세외 수입 등을 모아 두고 여러 해에 걸쳐 사용하는 ‘방위력 강화자금’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7년도 방위비에 필요한 추가 재원 3조7000억엔(약 34조3000억원) 가운데 약 9000억엔(약 8조3000억원) 가량을 이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을 비롯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야당은 ‘법안이 안이한 증세로 이어진다’며 반대해왔다. 입헌민주당은 현재 내각 불신임안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막판 움직임을 최후까지 지켜보고 대응하고 싶다”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연립여당이 중의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제출되면 중의원 본회의에서 부결될 때까지 모든 심의가 중단된다. 만약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헌법 규정에 따라 10일 안에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 내각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성격상 중의원 해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입헌민주당을 제외한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불신임안 제출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불신임안이 일단 제출되면 총리가 국민에게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할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중의원이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경우 이는 오히려 자민당에 유리한 국면을 형성할 수 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이후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기고 있다. 현재 중의원 임기는 2025년 10월까지인데, 조기 총선을 치러 승리하면 2027년 여름까지 연장된다. 자민당 승리시 기시다 총리로서는 더욱 강력한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 뿐 아니라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중의원 해산에 관해 “언제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민당 내에서도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일본유신회가 자민당에 위협이 되기 전에 선거를 치르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또 국민 반대가 강한 방위비 증액이나 저출산 대책 재원이 선거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조기에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기 해산이 자민당에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조기 해산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국내 정치 및 측근에 관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디지털화 된 일본의 주민등록증 ‘마이넘버 카드’는 오류가 속출해 비판이 일었다. 기시다 총리의 장남 쇼타로 정무 비서관은 관저에서 사적으로 송년회를 연 사실이 드러나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여야의 질타를 받고 지난달 29일 사임했다. 또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일부 지역에서 고전하는 등 당내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져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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