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챗GPT 아버지'의 두 얼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인공지능(AI) '월드투어'를 벌이고 있는 그의 행보가 각국에서 예외 없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오픈AI와 자국 기업 간 협력을 모색하는 대상국의 통점을 절묘하게 활용하며 올트먼은 방문국을 상대로 자신의 규제 원칙을 설파하고 있다.
그가 주창하는 AI 규제론의 골자는 두 가지다. 일정 크기 이상 규모화한 AI 개발사를 상대로 위험성을 심사하는 새로운 감독기구를 신설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국제 단위에서 세계 표준을 정하고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계에서는 챗GPT라는 신세계를 연 올트먼이 자꾸 규제를 얘기하는 게 어색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더 거칠게 말하면 '위선적'이라는 비판이다.
요지는 이렇다. 지난 수년간 '개방성'을 앞세워 세계 데이터를 마음껏 학습한 오픈AI가 이를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특정 회사에 독점 사용권을 주는 첫 번째 위선을 저질렀다는 것. 두 번째 위선은 작금의 규제 주창 행보다. 이를 통해 다른 혁신 AI 스타트업의 출현을 가로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다.
올트먼이 주장하는 규제 논리 자체에도 모순이 느껴진다. 그는 얼마 전 렉스 프리드먼과의 유튜브 대담에서 지금보다 뛰어난 범용인공지능(AGI)을 최대한 빨리 출현(takeoff)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작금의 GPT4 수준의 역량을 두고도 오남용 위험성을 얘기하면서 더 빠른 AI 개발 속도에 대한 모순적 열망을 드러냈다.
이런 이중 행보를 의식해서일까. 오픈AI 경영진은 최근 '초지능 AI 거버넌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초지능 AI 시스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연간 AI 성능 향상 수준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AI 성능 향상 수준을 각국 정부가 합의하고 측정해 규제한다는 개념 자체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면피성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는 이미 다른 기업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혁신 속도에 올라탔다. GPT5~10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오픈AI 기술 수준은 규제의 추격 속도마저 초월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가 먼저 진정성 있게 기술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올트먼의 AI 규제론은 환각(hallucination)의 메아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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