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이것도 예술이냐?"
고정관념 깬 파격으로 입방아
오랫동안 비웃음·억압받다가
최근들어 예술적 가치 재조명
예술법으로 '밥'을 먹고 살다 보니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예술이 뭔가요?" 답은 상황과 눈높이에 따라 다르다. 다만 답할 때 변치 않는 줄기 하나는 있다. "변하지 않는 점은 (예술에 대한 정의가) 변한다는 것입니다."
1968년 6월 어느 날, 한 무리의 청년 미술가들이 을지로 소림다방에 모였다. 전위예술가(아방가르드) 단체를 표방하는 '제4집단'을 결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예술이 아니라 미술이었고, 이름 그대로 '미'술은 아름다워야 했으며, 그림이나 조각이 전부였다. 기성세대의 형식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개념미술, 대지미술,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당시로선 지극히 낯설고 불편하며 '해괴한' 실험미술을 선보였다. 미술계 모순을 상징하는 부정적 인물의 이름을 적은 비닐을 태우고, 잔해들을 땅에 묻기도 했다('한강변의 타살', 1968). 한강변 잔디에 불을 지른 후 삼각형의 흔적을 남기는('현상에서 흔적으로-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 1970) 등 실험미술을 위한 퍼포먼스를 이어나갔다. 과학자가 아니었음에도 이들에게 미술은 '실험'이었다.
"미술이 실험일 수 있나요." 나는 기꺼이 대답한다. "그럼요." 역사적으로 미술은 실험이었다. 도발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도전이었다. 감성과 상상력의 한계를 깨뜨리는 탈출이었다. 기성의 미의식, 가치관, 세계관과 싸우는 탈옥이었다. 그래서 늘 시대적 모순에 항거했고, 더 발칙하고 더 불편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일련의 실험이었다. 과학자의 문제의식 혹은 실험과 실상 구조가 다르지 않은.
왕조시대에 그러했듯 '제4집단'이 가는 곳엔 늘 공권력이 따라붙었다. 원래 권력이란 시간부터 도덕까지 무엇이든 통제하려 들기 마련이니까. 한번은 '기성 문화예술인의 장례식' 퍼포먼스가 열렸다. 경찰은 이들을 일반교통방해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이것도 미술이냐?'는 조롱과 논란은 당연했다. 1970년 김구림 작가는 당시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체를 흰 광목천으로 감싸는 '현상에서 흔적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최 측은 작가와 어떠한 협의나 통지조차 없이 설치 26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작품을 철거했다. '초상집 같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다.
당시 행정부는 이후 모든 문화 영역에서 '전위'를 불허했고, '제4집단'은 해체됐다. 예술적 전위를 표방하던 아방가르드 사조는 점차 사라졌다. 한국 예술사에서 '실험'이 거세된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 예술계는 단색 추상화가 '단색'으로 살아남았다.
2023년, 이들이 귀환했다. 무려 50년 만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을 통해서다. 우리 시대 예술이 그 시대의 실험미술을 공식적으로 호명한 것이다.
근원적 질문으로 돌아간다. 예술은 상상력에 혁명을 가하는 일이다. 혁명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다. 그럼에도 예술에서의 실험은 찬양돼야 한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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