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실리콘밸리 '인도계 CEO' 전성시대
한 회사에서 수십년씩 근무
성실함으로 조직 신뢰 얻어
강한 승부욕에 승진도 빨라
中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도
네트워크 파워도 덩달아 쑥
혁신의 도시 실리콘밸리는 다인종·다문화 지역이지만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국민이 있다. 바로 인도계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CEO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특유의 총명함과 인내심으로 빅테크 창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승진에 승진을 거듭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인은 준비된 CEO라는 말이 있다. 우선 이들 인도계 CEO 중 99%가 인도 최고 명문 국립대인 인도공과대(IIT) 출신이다. 인도 전역에 걸쳐 23개 캠퍼스를 두고 있을 정도로 큰 대학이다. 컴퓨터공학부는 총 40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한국 130~140학점의 3배에 달하는 수업량이다. 막대한 수업량은 이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는 원동력이 된다.
아울러 인도계 CEO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다. 실리콘밸리의 평균 근속연수는 2~3년에 불과하다. 몸값을 올리지 못하거나 이직하지 못하는 직원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정도다. 하지만 인도인은 한 회사에서 10~20년씩 근무한다. 피차이 CEO가 승진하는 과정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2010년 구글은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이 한창이었다. 피차이 CEO가 브라우저 크롬팀을 이끌었고,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팀을 맡았다. 루빈은 멀쩡한 크롬 브라우저가 있었지만 별도 브라우저를 만들어 안드로이드에 탑재했다. 그만큼 신경전이 치열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하지만 창업자는 인내심이 많은 피차이 손을 들어줬고 이후 그는 두 팀을 원활히 통합했다.
또 인도계 CEO는 성장 욕구가 강한 인물로 꼽힌다. 인도계 CEO 다수가 인도의 정통 지배층 인도아리아인인 힌두스탄인이 아니다. 피차이 CEO는 타밀족, 나델라·크리슈나 CEO는 텔루구족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인도 타임스그룹의 언론인 사가르 말비야는 "중남부 지역 민족은 지배층이 아니었다 보니 억척스러운 면이 더 큰 것 같다"며 "이런 정신이 실리콘밸리에서 더 잘 통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인도는 중국의 대안으로 꼽힌다. 수많은 빅테크가 중국에서 철수하고 새로운 공장과 연구시설을 인도에 짓고 있다. 단순히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인도계 CEO와 예비 CEO, 그 아래 펼쳐져 있는 인도계 네트워크는 실리콘밸리의 막강한 권력이다.
실리콘밸리에서 2년간 머물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것은 사람이 창조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계는 아직 인도계에 미치지 못한다. '큰 희망이 큰 사람을 만든다'는 토머스 풀러의 명언처럼, 큰 꿈을 꾸는 더 많은 한국계가 고국을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이상덕 실리콘밸리 특파원 asiris27@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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