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14〉매장 전략의 단서, ‘소속감’

2023. 6.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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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해수욕장이 조기 개장했다. 1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조기 개장 소식은 엔데믹에 이어 사람들이 외출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팬데믹 이전과 같은 기회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2개 부문 리테일 업계 리더들은 상품 원가 상승, 소비자 지출 감소, 공급망 변동성을 팬데믹 이전으로의 회복을 억제할 요소로 뽑았다. 또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에 걸쳐 거의 모든 지역의 업계 리더들은 부정적 시장 요소들을 단기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한 이전과 같은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백화점 3사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복 소비가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멈추자 수천억 원을 경험 제공 중심의 기존 매장 재단장에 투자하고 있다.

매장은 소비자와 브랜드가 관계를 맺는 열린 공간이다. 기업은 팬데믹을 거치며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에 투자해왔고, 고객은 온라인에서의 편의성에 익숙해졌다. 이제 관계를 맺는 두 주체는 같은 공간에서 재회할 기회가 생겼으나 서로를 향한 기대에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비대면 결제 시장이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492억원의 간편결제 이용액은 2222년 7326억원까지 상승했고 3월 등장한 애플페이는 소비자가 더욱 ‘빠른 결제’ 기능을 선택할 수 있음을 광고했다. 전통적으로 주문과 결제의 순간은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유효한 지점이었으나 이제 친절과 공감으로 다가서던 ‘사람’의 전략적 역할이 옅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변화하는 역학관계에서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단서는 무엇일까?

흔히 ‘소속감’이라고 하면 가족이나 친구, 끈끈한 그룹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소속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 주말 오전 동네 커피숍, 아침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도 느끼는 게 소속감이다. 사무실이나 정부 관공서 건물에서 불안을 경험하거나, 음침한 지하철역에서 우울함을 느끼고, 고급 매장이나 힙한 칵테일 바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모두 소속감과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기관이나 단체보다 개인을 중심으로 더 많이 모인다. 대학등록률이 감소하거나 정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고 느끼는 등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던 많은 기관들이 쇠퇴했다. 사람들은 이제 손끝으로 개인을 팔로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새벽 2시에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며 무언가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앞을 떠나는 순간 다시 혼자가 된다. 한국의 사회적 고립 인구 비율은 21년 기준 18.9%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엔데믹 이후 소속감의 부재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이제 우리는 ‘소속감’을 증폭시키는 ‘물리적 공간’의 힘에 대해 더욱 의도적으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가져온 단절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익숙하던 장소가 제공하는 새로운 사회적 기회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를 다시 문을 연 브랜드의 매장들이 ‘새로운 전략을 위한 기준’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재고 보관, 결제, 경험 제공 등의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매장 환경을 설계하는 접근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는 디자이너가 사람들이 의도한 활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완벽한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전체 환경의 설계자 역할을 하는 계층 구조 내에서 발생한다.

매장 전략 수립 시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의미로 인코딩된 환경 구분

관련해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사람들이 환경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연구’는 소속감을 제공하는 매장 개발에 유용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잉골드는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의미로 인코딩된 환경을 구분했다. 그는 환경은 어느 정도의 가소성을 가져야 하며 사람들이 환경에 자신의 존재 흔적을 남겨 주변 환경을 형성하는 한 축이 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즉, 주최자와 주변 구성원 모두 참여하는 생태학적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특정 가수의 음악으로 팬이 된 이들의 모임에서 사람들은 시작점인 아티스트가 아닌 함께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파생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의미를 확인하곤 한다. 기업은 이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Fans Have More Friends’의 저자 벤 발렌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팬덤은 더 큰 세계와 연결되는 기반이 됨을 밝혔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관중석이나 거실에서 함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무언가의 일부라고 느끼고 싶고,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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