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김시(金禔)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경기일보 2023. 6. 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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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산수화' 새 흐름 연 화가
김시(金禔)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동자견려도’는 16세기 후반의 조선 화단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화가 중 한 명인 김시의 대표작으로 그는 산수 인물, 우마, 화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 당시 최립의 시문, 한호의 글씨, 김시의 그림을 일컬어 삼절(三絶)이라 불렸다.

김시는 좌의정을 지낸 아버지 김안로가 권력 남용으로 사약을 받고 그로 인해 벼슬길이 막혀 독서와 서화에 몰두하며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잠시 도화서 별제의 자리에서 궁중의 그림 그리는 일에 참여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고 실력이 뛰어났다. 퇴계 이황은 ‘퇴계집’에서 김시의 그림에 대한 찬문을 썼고 ‘자화상’으로 익숙한 문인화가 윤두서도 김시를 안견에 버금가는 화가라 평했다.

동자견려도는 김시의 뛰어난 묘사력이 잘 나타나는 작품으로 해조묘로 표현된 나무는 조선 초기의 화풍이 엿보이며 부벽준으로 대담하게 표현된 바위와 주봉, 흑백 대비가 뚜렷한 묵법 리듬감 있는 윤곽선 등에서 절파 화풍의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구도를 보면 바위와 소나무, 주봉이 좌측에 배치된 변각구도이며 근경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근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개울 위의 통나무 다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지 않으려고 버티는 나귀와 고삐를 안간힘을 쓰며 당기고 있는 동자의 생동감 있고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그 앞에는 농묵으로 처리된 바위가 있으며 그 위로 나뭇가지를 게의 발처럼 날카롭게 그리는 해조묘법이 사용된 소나무가 율동감 있게 구부러져 뒤에 보이는 주봉까지 치솟아 물안개 자욱하게 깔린 중경의 여백을 메우고 있다. 그 뒤에 비스듬히 솟아 있는 주봉은 흑백 대비가 뚜렷한 묵법과 도끼로 팬 나무 표면과 같이 바위를 표현하는 부벽준을 사용해 묘사했다.

김시는 조선 초기 안견파 화풍을 계승하는 동시에 가장 먼저 절파 화풍을 도입하며 이후 유행하는 조선 중기 절파 산수화의 새로운 흐름을 연 선구적인 화가로 미술사적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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