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식'으로 치명적 장 질환 환자 호전...난치병 치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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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변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이식하는 치료법이 난치병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
대변이식(FMT)을 받은 치명적인 장 염증 질환 환자가 단기간에 몸 상태가 호전된 사례가 나온 것이다.
1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벤 멀리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원 연구팀은 치명적인 위막(가짜 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병원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감염된 중년 남성 환자에게 최근 대변이식 치료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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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변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이식하는 치료법이 난치병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 대변이식(FMT)을 받은 치명적인 장 염증 질환 환자가 단기간에 몸 상태가 호전된 사례가 나온 것이다. 학계는 체내미생물을 활용하는 대변이식이 다양한 난치병에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벤 멀리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원 연구팀은 치명적인 위막(가짜 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병원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감염된 중년 남성 환자에게 최근 대변이식 치료를 실시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던 환자는 3일 만에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감염되면 설사, 복통, 메스꺼움 증상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천공이 생기거나 패혈증이 발병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감염될 경우 10%는 한 달 안에 사망한다. 치명률이 높지만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어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가 보증된 치료제가 없다.
대변이식술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으로 꼽히지만 그간 치료가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식용 분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에서 대변이식을 받은 환자가 사망한 이후 논란이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에서야 바이오뱅크은행과 같은 전문 기관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친 분변 샘플이 수집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여겨진다. 기증자들이 전염성 질병이나 기생충에 감염됐는지 철저히 검사하고 기증된 샘플도 매우 위생적으로 보관된다는 것이다.
연구팀도 이번 치료를 위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이식용 분변을 수집한다고 강조했다. 신선한 샘플을 바로 채취한 다음 멸균 식염수로 희석하는 방식을 거쳤으며 기증자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당 환자 외에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대변이식을 실시하고 효과를 살필 계획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변이식이 환자의 체내미생물 생태계를 ‘재설정’하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한다. 건강한 대변미생물이 환자 내장에 존재하는 독소를 분해하며 정상적인 상태로 교정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대변미생물은 해독작용에 관여하는 담즙의 대사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대변이식의 치료 효과를 살피는 실험은 앞으로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염증성 장 질환 외에도 과민성 장 증후군, 비만, 급성 영양실조, 당뇨병, 관절염,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대변이식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3년 서울성모병원이 위막성 대장염 환자에게 시도된 이후로 매년 치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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