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하면 주부들 몰려왔다…20년 아모레 아줌마 "AI도 방판 대체 못해"

조한송 기자 2023. 6. 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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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3년차 방제석 마스터·6개월 오민정 카운셀러가 말하는 화장품 방문판매의 매력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변변한 화장품 하나 없던 시절, 커다란 가방을 둘러맨 '아모레 아줌마'가 뜨면 온 동네 주부가 한 집에 모였다. 오다가다 들러 말동무가 돼 주고 얼굴 마사지도 해 주면서 화장품을 홍보하던 방문판매 사원은 동네 주민의 친구이자 '스타'였다. 1964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공업)은 국내 최초로 방문판매라는 판매 방식을 도입해 큰 성장을 이뤘다.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되기까지 60년 역사의 방문판매 사원이 있었다.

'아모레 아줌마'는 이제 '카운셀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약 2만2000명, 평균 연령 만 57세의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들은 2023년 현재도 전국을 누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활약하고 있다는 것. 지난 3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개정되면서 사이버몰을 통한 전자거래의 방법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카운셀러들이 온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뉴커머스(방문판매) 전문몰인 '에딧샵'을 구축하고 고객맞이에 나섰다. 온라인 영업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신규로 진입하는 2040세대 젊은 카운셀러도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소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방문판매 디지털 영업 시대를 앞둔 방제석 수석마스터(사진 왼쪽·64세)와 오민정 카운셀러(사진·38세)를 만났다.

-카운셀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방) 2001년쯤부터 시작해 활동한 지 20년이 넘었다. 카운셀러 활동을 시작한 이후 남편이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고 당시 다섯살짜리 쌍둥이와 큰딸이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방문판매를 하게 됐다.
(오) 올해부터 일을 시작해 이제 카운셀러 6개월 차다. 10대부터 엄마 화장품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개인 뷰티숍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내가 쓰는 화장품인데 직접 구매해서 제품을 팔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20년 전 영업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방) 지금은 휴대전화가 있고 문자나 SNS로 소통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커다란 장부에만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장부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고객을 만나러 다녔다. 게다가 지금처럼 카드 결제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을 들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자격증 없으면 못 하지만 그 당시에는 마사지도 많이들 해줬다. 오가다 고객의 집에 들러서 서비스로 마사지도 해주는 거다. 현금에 장부에 마사지용품까지 큰 가방을 둘러매고 온 동네를 누볐다. 오후에는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일할 때 쌍둥이 자녀도 뒤에 데리고 다녔다.

-지금과 과거 영업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방) 지금은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고객들이 똑똑해졌다. 스스로 본인의 피부 유형도 알고 있고 브랜드나 가격까지도 다 찾아보고 연락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카운셀러가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해당 제품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똑똑하게 대응하는 거다. 시중에 판매되는 시판용과 방판용 제품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가격만 놓고 비교하는 분들이 있다. 같은 브랜드 제품이라도 방판용은 제품 함량 등에서 차이가 있고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 준다.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간 카운셀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방) 남편이 암 수술받고 병상에 누워있어 군대 간 아들 면회를 혼자 가야 했다. 입대할 때도 남편 없이 혼자 갔는데 첫 면회도 홀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얘기를 고객에게 했더니 선뜻 면회를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고객 두 명에 저, 그리고 아들까지 네 명이 똑같은 커플티를 입고 군부대를 활보했다. 회갑 때는 고객 다섯명이 갑자기 불러 잔치를 열어주기도 했다. 고객과 판매자가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된 거다. 다양한 유통 채널이 있지만 이 점이 방문판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고 본다.

-요즘에는 주로 어떤 이들이 방문판매를 이용하나.
▶(오) 개인 뷰티숍을 운영 중이다 보니 찾아오는 고객들이 주 대상이다. 이외에 소개로 오는 분들도 있다. 고객 연령대는 다양하다.
(방) 연령대는 다양하고 화장품이 아닌 건강식품만 구매하는 고객도 절반 정도다. 화장품을 쓰다 보니 제품이 신뢰가 생겨서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경우다. 콜라겐부터 녹용까지 건강 기능 식품의 제품군도 다양하다. 고객 특성에 맞게 관련 식품을 일대일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방문판매만의 매력이 있다면.
▶(방)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 판매자와 소통이 원활하다는 거다. 카운셀러들은 고객이 물건을 사면 바르는 순서나 효과 등을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이후에도 고객에게 유선상으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세심하게 챙겨준다. 일회성으로 물건 하나 사고 돌아오는 백화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다양하게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샘플을 많이 챙겨주는 것도 방문판매만의 매력이다. 예단 등을 준비할때는 포장도 정성껏 해준다. 카운셀러들 대부분이 선물 포장의 달인이다.

-AI(인공지능)가 피부를 진단해주는 시대가 왔다. 방문판매업이 사라지게 될 거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카운셀러의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거로 본다. 로봇이 피부를 진단해줄 수는 있어도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고객은 브랜드도 브랜드지만 카운셀러의 진정성을 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카운셀러를 믿고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년, 20년이 지나도 이 역할을 AI가 대체하기는 어려울 거로 본다.
(방) 20년 전에는 화장품 하나 사러 백화점에 가기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환경이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지금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기존 고객은 앞으로도 이탈하지 않을 거로 본다. 그간 과일 하나라도 사서 나누고 서로 정을 나누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온라인 영업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을 거로 본다.

-디지털 영업 시대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오)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카운셀러의 역량이 더 확대되리라 본다. 고객에게 나만의 홈페이지 주소를 전달하면 되기 때문에 판매하기도 더 쉬워졌다. 결제 및 배송은 본사에서 진행한다. 기존에는 만나서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부분을 상세 페이지를 통해 대신할 수 있다. 성분도 자세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신뢰도도 높아질 거로 본다.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나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운영할 생각이다.
(방)본사에서 교육받고 라이브 방송과 SNS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점차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니 재미도 느낀다. 새로운 영업 환경에 맞게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방) 사글셋방에서 어렵게 생활했는데 고객들 덕분에 용기도 얻고 아이들도 잘 키워낼 수 있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고객 만나러 다니느라 바빴지만 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활동하면서 얻은 것이 많기에 다시 태어나도 카운셀러를 하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게 아니라 열정이 식어서 늙는다고 생각한다. SNS로 소통하며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앞으로 꿈이다.
(오) 현재 본업이 따로 있지만 언젠가는 카운셀러를 본업으로 할 거다. 수석님처럼 우수한 성과를 내는 카운셀러가 돼보고 싶다.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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