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호국보훈의 달, 서울 다크투어리즘 도보여행 [투얼로지]
일제강점기 ‘한국 아우슈비츠’였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종교박해 역사 담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약현성당
청계천 따라 광통교서 전태일기념관, 판잣집 테마촌까지
용산서 만난 분단 아픔, 용산공원 개방부지와 전쟁박물관
●서대문 코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크투어리즘 여행지다. 일제강점기 시절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고초를 겪었던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역사관 입구는 옛 감옥의 정문과 담장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형무소 내부로 들어가면 감옥에서 고초를 겪은 독립운동가의 수형 기록표 5000여 장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 나온다. 수형 기록표에는 학생부터 노인까지 독립운동하며 순국한 수많은 열사를 만날 수 있다. 징벌방인 ‘먹방’도 볼 수 있다. 수형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 사용했던 먹방은 1평도 되지 않은 작은 공간에 빛을 차단하여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 독방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앞에는 열강들의 한반도 침략이 본격화되던 1897년 주권 국가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세운 독립문이 있다. 당시 독립협회는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을 허물고 유럽 개선문 양식의 독립문을 세웠다.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의미로 독립협회가 모금을 주도하여 1897년 완공하였다.
서소문 역사공원에도 박해의 역사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망나니가 사형을 집행한 후 칼을 씻었다는 뚜께우물, 얇은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는 노숙자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가장 낮은 곳부터 사랑을 실천한 예수를 기리는 노숙자 예수,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처형당한 천주교 순교자를 기리는 헌양탑 등이 있다.
서소문 역사공원 옆에는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중림동 약현성당이 있다. 서소문 성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은 약현성당은 규모가 웅장하거나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검소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어 편안한 분위기가 난다.
청계천은 예전부터 서울에 흘렀던 자연 상태의 하천으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하수도로서 기능했다. 청계광장 근처에 있는 광통교에는 태종 이방원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막내아들인 이방석에게 넘겨주려고 하자 다섯째 아들이었던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방석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다. 이방원은 왕위에 올라 청계천을 보수하면서 광통교를 돌다리로 다시 지었다. 다리를 만들 때 사용했던 돌의 일부는 이방석의 어머니였던 계모 신덕왕후의 능을 파헤쳐서 가져왔다. 심지어 일부 돌은 거꾸로 꽂아 신덕왕후에게 맺힌 이방원의 원한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게 한다.
광통교에서 청계천을 따라 종로3가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전태일 열사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전태일기념관이 나온다. 1960년대 노동자의 인권은 무시된 채 열악한 작업 환경과 밤샘 작업으로 많은 노동자가 질병에 시달렸다. 전태일은 이와 같은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참여했으며, 1970년 노동 현실 개선을 외치며 분신하여 2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태일기념관에는 전태일의 어린시절, 전태일의 눈, 전태일의 실천, 전태일의 꿈이라는 주제로 전태일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열린다.
청계천을 따라 성동구까지 오면 청계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청계천 박물관과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이 나온다.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은 60~70년대 청계천의 생활사를 전시하는 공간이었다가 2022년에 자연생태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하얀 벽면에는 청계천에 서식하는 동물 100여 종을 삽화로 그려 넣었다.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바로 앞에는 청계천 박물관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청계천의 역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는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2016년에 평택으로 이전되고 부지가 반환되면서 이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 내 미군장교숙소는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이 반듯하게 늘어서 있어 이국적이다.
용산 전쟁기념관은 한국전쟁, 임진왜란 등 우리 역사 속 전쟁을 기념하고, 순국한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박물관이다. 주요 전시실은 6.25 한국전쟁의 발발부터 휴전협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6.25 전쟁실이다. 총 3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해 전쟁의 참상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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