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싱하이밍 대사 각계 접촉 목적은 중·한관계 발전”…대통령실 비판 반박
한·중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놓고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가 “(외교관의)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으면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자 중국 외교부가 “싱 대사는 중한관계 발전을 위해 일한다”고 옹호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싱 대사의 정상적인 외교 활동에 한국 정부가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가교’ 역할이 적절치 않을 경우 양국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에 대한 질문에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싱 대사의 직무”라고 답했다. 이어 “그 목적은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중·한 관계의 발전을 유지하고 추동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싱 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발언을 하자 한중 양국이 ‘대사 초치’ 공방을 벌였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싱 대사를 겨냥해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한국 정부가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싱 대사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만난 것은 정상적인 외교 활동으로 비난할 여지가 없다”면서 “한국의 반응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싱 대사 발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반중 감정을 부추겨 국내 진보세력을 탄압하려는 데 진짜 목적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싱 대사의 발언은 객관적인 사실이고 중국과 한국의 공동 이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이 매체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그는 “싱 대사가 한국 외교 담론의 부적절한 경향을 지적한 것은 전적으로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할 이유가 없고, 정치·외교·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적대적 입장을 취할 이유가 없으며 이것은 매우 비이성적이고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 대사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것임에도 한국, 특히 특정 언론의 비난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싱 대사 발언을 옹호하는 데 칼럼까지 동원했다. 이 매체는 칼럼에서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함정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면서 “그는 옳았고 사실적이고 논리적 판단을 했을 뿐이며, 그의 발언은 한국의 도발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모방함으로써 단순히 미국의 대중 전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자심감을 표명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미국의 전략에 동조해 중국을 적대적인 입장으로 몰아넣는다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느냐”며 협박에 가까운 메시지도 던졌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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